“우리 떨고 있니?”…이재명 정부 금융 공약에 긴장한 은행들, 무슨 내용이길래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입력 : 2025.06.05 21:47:05
李정부 금융정책 시동

대출 받는 소비자 부담비용
은행들이 내도록 개정나서
“이자익 5~10% 감소 우려”

취약계층 대출은 탕감 추진
소액분쟁은 소비자권리 강조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 뒷편으로 봉황 문양이 새겨져 있다. [김호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대선 금융 공약을 정책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낸다. 핵심은 대출금리 비용 구조를 개편해 금융회사가 소비자들에게 금리 부담을 전가하는 것을 막고, 배드뱅크를 설치해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채무 탕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수익에 직결되는 조치로 향후 세부 정책 수위가 어느 선에서 결정될지를 놓고 업계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사들이 특히 긴장하는 공약은 대출금리 개편이다. 핵심은 지금까지 대출을 받는 사람이 부담하던 비용 중 일부를 금융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현재 대출금리는 금융채 금리나 코픽스 금리 등 기준금리에 법적 비용(각종 출연금·예금자보험료·교육세)이 포함된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 등 조정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은행들이 가산금리 중 법적 비용을 차주에게 떠넘겼다고 보고 은행법을 개정해 각종 비용을 가산금리에 넣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방침이다.



기준금리 인하 추세에 점차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있지만, 가산금리 인하폭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5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평균 신규 취급액 가계대출 금리는 4.22%로 1월 이후 0.41%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4월 가산금리는 3.13%로 같은 기간 0.07%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출금리에서 가산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69%에서 74%로 높아졌다.

이미 법적 비용을 가산금리에 50%까지만 반영하도록 강제하되, 이를 위반하면 금융회사 임직원에게 1년 이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이 법안이 4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새 정부는 법안 통과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제도 시행 시 은행의 세전이익은 5~1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 지원 정책도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정책자금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채무 조정부터 탕감까지 해주는 대책이 추진된다. 배드뱅크를 통해 장기 소액 연체 채권을 소각하겠다는 게 골자다.

당장 정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재정 지원을 늘려 연체 채권을 소각하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환대출을 늘리면서 보증 부담을 강화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캠코는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채무 조정 사업을 벌이는 새출발기금을 강화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캠코 고위 관계자는 “소득, 자산, 연체액수 등을 감안해 채무 조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캠코에 5000억원을 현금 출자하면서 5000억원 안팎의 현물 출자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에 따라 출자 규모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금융사 경영진을 직접 압박하는 조치도 실행된다. 재무제표 등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면 일정 기간 경영진 보수를 환수하고, 금융사와 소비자 사이에 다툼이 발생했을 때 소액 분쟁에 한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권리를 주는 제도(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예고됐다.

각각 지난해 총선과 20대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이 내걸었던 공약인데, 이번 21대 대선 과정에서 다시 살아났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애착을 갖고 있는 정책이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에 다툼이 생겼을 때 당국이 낸 조정안에 소비자가 동의하면, 금융사는 무조건 이에 따르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소비자가 동의하면 재판상 ‘화해’ 같은 효력이 생겨 금융사는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편면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소액 분쟁 기준은 2000만원 이하로 설정될 공산이 크다. 현행 법령상 소액 분쟁 기준이 2000만원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사들은 소비자들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처방도 이뤄진다. 금융 사고에 대한 책임(책무구조도)을 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임원에게까지 묻도록 하고, 금융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징벌적 과징금을 매기는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기능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민간 전문가 위주로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당국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융 사고 발생 시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은 은행권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금융 사고 발생 건수는 23건으로 전년 동기(6건) 대비 4배가량 급증했다.

금융 사고를 바라보는 시선이 갈수록 차가워지면서 은행들이 내부 단속을 강화했지만 배임·횡령(5건)이 전체 사고의 22%를 차지하며 여전히 많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에서 금융권 부담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공약이 어디까지 정책화할지에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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