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5000’ 앞세운 상법 속도전…제도 전면 손질 예고에 재계 “전례 없다” 우려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입력 : 2025.06.05 22:35:54 I 수정 : 2025.06.05 22:59:23
與, 더 강력해진 ‘이재명표 상법’ 추진

상장기업 감사위원 선임 때
최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與 “법사위서 빠르게 논의”
재계 “경제단체 공동 대응”

전문가 “주주보호 취지 좋지만
기업활동은 오히려 위축될 것”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틀째인 5일 더 강력해진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수를 발판으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집권 초반부터 적극 지원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불공정·불투명성, 경영 지배권 남용 등을 꼽았다. 그는 “(당선되면) 2~3주 내에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이제 대선 승리로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 입장에서는 상법 개정을 주저할 이유가 사라진 상황이다. 정권 교체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사라졌기 때문에 민주당 목표대로 법안이 신속히 개정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단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상법 개정안 재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이날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한 것을 비롯해 사외이사 명칭 ‘독립이사’로 변경,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3%룰’ 강화 등이 담겼다. 새로 추가된 3% 룰은 대규모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합산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TF는 상법 개정의 명분으로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의”를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만큼 ‘코스피 5000’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초반부터 발 빠르게 제도 손질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보수정권에선 시장이 불공정·불투명했고 경영 지배권 남용이 일상이라 (주가가) 오를 수가 없었다”며 “객관적 상황 변화 없이 이런 것만 시정돼도 (코스피가) 최소 200~300포인트는 가뿐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반 개미 투자자에 유리하게 제도를 손질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재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법안 통과 시기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 일정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언제까지 하겠다는 것은 없다”면서도 “법사위를 통해 신속히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권 교체와 동시에 상법 개정이 현실화하자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조항 하나하나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단체 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에서 고려하는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모두 기존 논의보다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수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과 관련해선 “사실상 우리나라에밖에 없는 3%룰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재계와의 신중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조항들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넓히면 오히려 이사회의 의사 결정 기능을 둔화시키고 회사와 주주 사이 이권 다툼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상법 개정안 재추진은 주주에 대한 법적인 보호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면서도 “다만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라는 표현을 단순히 주주가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문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이사의 경영 판단을 제약할 수 있고, 결국 기업은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주주는 주가 하락 시 손해를 가장 크게 감수하는 주체이고 책임도 크다”며 “그런 대주주에 대해 이사 선임권까지 제약하면 누가 창업하고 경영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상법을 개정하더라도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상법 개정은 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 유예 기간이 없으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우리 법률은 일반적으로 개정 시 1년가량의 경과 규정을 두기에 최소 6개월이라도 여유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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