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신탁 전세사기 주택매입 '늑장'…13가구 강제퇴거 위기에
'신탁사기 주택도 매입 가능' 특별법 시행 6개월간 매입 '0건'LH 매입가능 통보받은 대구 피해자들, 소송비용까지 떠안을 판
박초롱
입력 : 2025.06.06 07:00:01
입력 : 2025.06.06 07:00:01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 대책위원회, 전세사기 대구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25.5.2 psik@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뒤늦게 전세사기 특별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신탁 사기 피해자들이 이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이 늦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에선 피해자 13가구가 이달 말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 몰렸다.
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에는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신탁 전세사기 주택 170가구에 대한 매입 신청이 들어왔다.
LH는 이 중 37가구에 매입이 가능하다고 통보했고, 132가구에 대해선 매입이 가능한지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신탁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한 개정법 시행 6개월이 지났는데도 LH가 매입한 신탁 사기 주택이 한 가구도 없다는 점이다.
여러 전세사기 형태 중에서도 악질적이라고 평가받는 게 신탁 사기다.
건물주는 빌라나 오피스텔을 신축하면서 자금이 모자랄 경우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넘기고, 이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는다.
신탁사에 넘긴 집에 전세를 놓으려면 집주인이 반드시 신탁사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신탁 사실을 속이고 전세계약을 맺은 뒤 세입자 보증금을 가로채는 사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전세계약의 피해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어 신탁사가 퇴거를 명령하면 쫓겨날 수밖에 없다.
신탁 사기 주택은 LH의 피해주택 매입 대상에서도 제외돼 오랫동안 피해 구제의 사각지대에 있었으나, 지난해 11월 11일부터 LH가 매입할 수 있는 피해주택 범위를 법 위반 건축물, 신탁사기 피해주택 등으로 확대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상태였다.
그러나 LH 매입주택 없이 시간이 흘렀고, 일부 금융기관과 신탁사들은 세입자를 상대로 퇴거를 요구하는 명도 소송을 진행했다.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 대책위원회, 전세사기 대구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25.5.2 psik@yna.co.kr
대구의 신탁 전세사기 피해주택 13가구는 이달 27일로 명도 소송 선고일이 잡혔다.
2023년 3월 신탁 사기 피해를 인지한 피해자들은 2년을 버틴 끝에 LH로부터 피해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해당 주택 피해자인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피해자모임 위원장은 "명도 소송에서 패소하면 주택에서 퇴거당하는 것은 물론 소송 비용 8천만원가량도 피해자들이 떠안아야 한다"며 "LH가 매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LH는 신탁 사기 피해주택 매입은 법원 경·공매 방식과 다른 민법상 매매 계약을 따라야 하므로 권리 분석, 실태 조사, 계약 상대방과 협의 등 절차가 더 복잡하다고 설명한다.
LH에 매입 권한이 주어졌을 뿐 임대인 체납 등 정보공개를 청구할 권한은 없어 권리 파악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에 따라 빠른 피해주택 매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신탁 공매의 경우 최저 입찰 가격이 대부분 LH 매입 기준(감정평가액을 상한으로 하고 피해주택 권리관계 등 고려)보다 비싸다는 문제도 있었다.
LH는 결국 지난달 말 신탁 전세사기 주택의 매입 가격 기준을 좀 더 높이고, 신탁사 등 주택 처분권자와 접촉해 협의 매수에 나서는 것을 중심으로 한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
LH 관계자는 "신속하게 신탁 사기 주택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며, 명도 선고가 임박한 피해 주택은 특별히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창민 의원은 "국토교통부와 LH는 정책 집행 지연으로 위기에 내몰린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hopark@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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