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레이싱 축제이자 국가대항전 '르망 24시'…제네시스 첫 질주
제네시스, 내년 하이퍼카 출전 대비차 LMP2 출전…단독 부스 마련전세계 레이싱 열정 한곳에…유럽·미국·일본 등 국가대표 성격도
홍규빈
입력 : 2025.06.16 08:30:00
입력 : 2025.06.16 08:30:00

[촬영 홍규빈]
(르망=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프랑스 파리에서 고속철도(TGV)로 한 시간 거리인 소도시 르망.
주민 수는 약 15만명이지만 매년 6월이면 모터스포츠 팬 30만여명이 모여든다.
세계 3대 모터스포츠 행사이자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 대회인 '르망 24시'가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레이싱이 생소한 이들에게도 영화 '포드 v 페라리'(2019)의 배경지로 잘 알려져 있다.
14일(현지시간) 찾은 르망도 제93회 대회 개최를 위해 '내구 레이스의 성지'로 탈바꿈한 상태였다.
경기장 주변은 유럽 각지에서 온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고 인근 들판은 초대형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아예 캠핑카를 대거나 텐트를 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촬영 홍규빈]
경기장을 둘러볼수록 르망 24시는 하나의 대회라기보다는 각종 퍼레이드, 콘서트, 전시 등이 어우러진 축제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쪽에 마련된 '제조사 빌리지'가 대표적이었다.
완성차업체들이 레이싱 팬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경쟁적으로 뽐내는 공간이다.
올해 르망 24시에 첫발을 디딘 제네시스도 단독 부스를 차리고 모터스포츠 진출을 전 세계에 알렸다.
제네시스는 내년 최상위 등급인 '하이퍼카 클래스' 데뷔를 앞두고 레이싱 노하우를 습득하는 차원에서 'LMP2 클래스'에 출전했다.
제네시스 부스가 이 대회 5차례 우승에 빛나는 도요타 부스 옆에 자리해있어 마치 제네시스가 당찬 도전장을 내미는 듯한 구조였다.
전날 미디어 콘퍼런스로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을 때도 판유리 너머로 'GMR-001'을 눈에 담으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GMR-001은 제네시스가 내년 하이퍼카 클래스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 중인 차량이다.
영국에서 온 마크 밀러 씨는 "제네시스가 내년에 르망 하이퍼카 클래스에 출전한다는 것은 정말 멋지다"면서 "르망을 26년째 찾아오고 있는데 새로운 브랜드가 이 무대에 도전한다는 것은 늘 반갑다"고 말했다.

[촬영 홍규빈]
경기 시간인 오후 4시가 가까워질수록 현장은 모터스포츠에 대한 팬심과 열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트랙을 직접 걸어보며 레이싱카를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는 '그리드 워크' 시간이 되자 현장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팬들은 장난감 같은 드림카가 우렁찬 배기음을 뿜어내며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을 질주하는 그림을 상상하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페라리, 포르쉐 등 쟁쟁한 강호 사이에서 제네시스도 작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해 새시와 엔진이 표준화된 LMP2 클래스에 출전했기 때문에 경기 차량 디자인이 차별화되진 않았지만, 제네시스 특유의 마그마(Magma) 색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촬영 홍규빈]
축제 열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르망 24시의 비장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르망 24시는 완성차업체 간의 자존심 싸움인 데다 국가 대항전 성격도 띠기 때문이다.
도요타 하이퍼카에는 일장기, BMW에는 독일 삼색기가 붙어있는 이유다.
제네시스가 개발 중인 GMR-001 전면 중앙에도 태극기가 자리하고 있다.
출발 세리머니에서도 참가팀과 차량이 일렬로 도열한 가운데 그 앞에는 기수가 국기를 들고 있어 올림픽 개회식을 연상시켰다.
차량을 점검 중이던 제네시스 피트에도 진지한 분위기가 흘렀다.
세 명의 드라이버가 24시간 동안 교대하며 쉬지 않고 주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드라이버와 엔지니어를 비롯한 팀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고 뒤에 위치한 오피스에서는 엔지니어가 차량 상태와 시스템을 확인하고 있었고 뒤쪽 바깥에는 수십 개의 타이어가 사람 키 높이로 쌓여있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MR) 관계자는 "드라이버는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스티어링 휠에 많은 정보가 뜨는데 엔지니어와 무전으로 소통하며 조정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앞쪽 브레이크 온도가 높으면 뒤쪽 브레이크로 열을 보내 균형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촬영 홍규빈]
오후 4시가 되자 전광판에 떠 있는 숫자 '24:00:00'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눈으로는 쾌속 질주를 보고, 귀로는 웅장한 배기음을 듣고, 몸으로는 관중석까지 전달되는 진동을 느끼는 공감각적인 체험이었다.
제네시스 차량도 르망에서의 첫 질주를 힘차게 시작했다.
여러 차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순간에도 마그마 색상 덕분에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다만 제네시스 차량은 이후 12시간여를 달리던 중 오른쪽 뒷바퀴에 문제가 발생해 경기를 완주하지는 못했다.
아쉬움을 삼킨 제네시스가 내년 하이퍼카 클래스에서 선보일 질주가 기대를 모은다.

[촬영 홍규빈]
bingo@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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