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신중한 금리정책 지속…트럼프 압박에도 독립성 견지

'연내 2회 인하' 유지하며 관망 기조…'관세 인플레이션' 우려노동시장 악화 땐 정책변화 가능성…중동 정세의 악화도 변수
이지헌

입력 : 2025.06.19 03:47:41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 4.25∼4.50%로 동결하고, 경제전망에서 연내 2차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 것은 '좀 더 관망하면서 지켜보겠다'(wait and see)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물가지표가 추가 금리인하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는 있지만, 노동시장이 아직 견조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분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월가 전문가들도 관세정책의 영향이 아직 미국의 물가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향후 인플레이션을 크게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된 것도 연준이 고려해야 할 변수를 추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상대로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하는 가운데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조기 금리 인하 가능 여부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관측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 관세정책 불확실성 속 인플레 우려에 '관망' 기조 재확인 이번 연준의 4번째 금리 동결 결정의 핵심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불러올 인플레이션 반등에 대한 우려다.

최근 발표된 물가지표만 보면 관세발 인플레이션 조짐은 아직은 크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4%에 머물렀고, 뒤이어 발표된 5월 도매물가도 전월 대비 0.1% 오르는 데 그치며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하락하는 등 실물지표에서 경기 둔화 신호가 점차 감지되는 분위기다.

최근 경제지표만 떼어놓고 보면 연준이 즉각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해 보일 수 있을 정도의 우호적인 경제 여건이다.

그러나 최근 물가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지속 시 미국 내 물가 영향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올해 말 4%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관세 영향이 반등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지난 5일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계속 지지하게 할 것"이라고 말해 연준 내에서도 고용악화 위험보다는 물가상승률 위험을 좀 더 무겁게 보는 시각이 있음을 드러냈다.

나아가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 격화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도 연준의 통화정책 고민을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견조한 노동시장 덕에 '연내 2회 금리 인하' 전망 유지 관세 정책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노동시장이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연준이 '관망 모드'를 지속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5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13만9천명 증가해 시장 예상을 넘었고, 실업률은 4.2%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노동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와 달리 노동시장은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노동시장 악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 위원들로선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무릅쓰고 금리 인하 결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파월 의장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관세 및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정책 금리가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파월 의장은 당시 회견에서 '좋은 위치'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사용했다.

이를 감안해 연준 위원들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 반영한 연내 금리인하 횟수를 2회로 3월 전망 때와 동일하게 유지했다.

연준 위원들은 이 같은 인하 횟수 전망을 작년 12월부터 유지해오고 있다.

유니크레디트의 토비아스 켈러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노트에서 "최근 미국 노동시장의 회복력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인하)하기 전 정부정책 변화 및 그에 따른 경제 영향이 더 뚜렷해질 때까지 상황을 기다릴 여유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 "멍청한 사람" 트럼프 금리인하 압박 지속…'조기 인하' 가능성도 여전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을 상대로 정치적 압박을 지속하는 가운데 통화정책을 둘러싼 경제 불확실성 탓에 조기 금리 인하 가능 여부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관측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이 나오기 전인 이날 오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연준에는 솔직히 멍청한(stupid) 사람이 있다.

그는 아마도 오늘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유럽은 10차례나 내렸는데 우리는 한 번도 안 했다"고 파월 의장을 직격했다.

그는 파월 의장에 대해 "똑똑하지 않은 사람", "정치적인 사람", "창피하다" 등으로 비난한 뒤 "아마도 내가 연준으로 가야겠다.

내가 연준 의장으로 나 자신을 지명할 수 있나"라며 "내가 이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결정이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해왔지만, 월가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그림자 의장'을 임명해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언제까지나 '좋은 위치'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며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연준이 나서야 할 것이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버트 캐플런 전 댈러스 연은 총재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세계에 살고 있다"며 "현재 적용됐거나 적용 예정인 관세들이 아니었다면 연준은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내에서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관세 충격에 따른 가격 인상이 일회성으로 그칠 것으로 보면서 관세발(發) 인플레이션보다는 노동시장 약화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월러 이사의 시각은 인플레이션 위험보다 경기하강 위험이 커질 경우 연준이 '관망' 모드에서 벗어나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를 제외하고 보면 인플레이션은 둔화세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연준이 결국 금리 인하 궤도에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 금리 인하가 가능하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연준이 올여름 관세 효과의 정점이 반영된 월간 물가지표 수치만 보고서 12월 이전에 금리를 내리겠다고 판단하기엔 지표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p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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