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40만 아일랜드가 대미 무역흑자 2위인 이유는 인기 비만약

트럼프 관세 앞두고 비만약 원료 대미 수출 급증…전체 수출의 절반
김동현

입력 : 2025.06.21 00:14:59


비만 치료제 잽바운드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이 올해 중국 다음으로 아일랜드와 가장 많은 무역적자를 낸 이유는 비만 치료제의 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1∼4월 아일랜드에서 710억달러 상당의 제품을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약 절반인 360억달러가 비만·당뇨 치료제 제조에 필요한 호르몬 수입이었다.

이들 호르몬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와 새로운 유형의 인슐린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호르몬의 전체 수입 중량은 2만3천400lb(약 1만600kg)에 불과하지만, 인구가 고작 540만명인 아일랜드가 미국을 상대로 엄청난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올해 1∼4월 미국의 국가별 무역적자를 보면 중국이 880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아일랜드로 652억달러였다.

WSJ은 아일랜드의 의약품 수출이 올해 많이 증가한 이유는 제약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전에 미국 내 재고를 확충하려고 했으며, 비만 치료제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일랜드에서 수입된 호르몬의 거의 100%는 최종 종착지가 미국 인디애나주였다.

인디애나주에는 비만과 당료를 동시에 치료하는 약인 잽바운드와 마운자로를 만드는 제약회사 일라이릴리의 본사가 있다.

비만 치료제 원료가 수출 증가를 주도하면서 올해 1분기 아일랜드의 경제는 전 분기 대비 9.7% 성장했다.

그러나 의약품 수출 증가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부담 요인이다.

미국 재무부는 이달 초 발표한 환율 보고서에서 아일랜드를 환율관찰 대상국에 추가했는데 이는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가 지정 기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로 이전한 미국 제약사들이 생산 거점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를 원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 결과에 따라 수입 약과 호르몬 같은 원료에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그간 아일랜드는 기업에 유리한 법인세 제도를 운용한 덕분에 미국 제약사를 다수 유치했다.

애브비의 주름 제거제 보톡스와 메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등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 일부가 아일랜드에서 제조된다.

bluekey@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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