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훈수 삼일회계법인 대표 연간 매출액 1.5조 달성 디지털 분야 매출 성장 커 향후 5년내 1000억 목표 '원 삼일' 내걸고 조직 개편 M&A·세무·회계·IT 한팀 구성
◆ 비즈니스 리더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공통점이 있다. 가상자산 전문가로 활동한 김 실장과 네이버 출신 하 수석 모두 지난해 삼일PwC의 초청을 받아 특별 강연을 했다. 업계에선 "삼일에서 강연을 하면 다 고위직으로 가더라"는 우스갯소리도 돌고 있다. 회계법인에서 가상자산 전문가와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초빙한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4일 만난 윤훈수 삼일PwC 대표이사는 "AI와 가상자산, 그리고 디지털 전환은 회계법인뿐 아니라 전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라고 강조했다.
회계법인에서 디지털 분야 전문가를 특강 강사로 세운 이유는 단순했다. 디지털 대전환의 파고가 산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삼일PwC는 올해 7월 AI 전문조직 'AX Node'를 신설하고, 디지털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단순 회계감사를 넘어 기업의 디지털 분야와 리스크 관리의 파트너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 회계연도(2025년 6월 결산) 기준 삼일PwC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8~9%(PwC코리아 기준 1조5000억원대 추정) 성장했고, 디지털 기반 솔루션 매출만 200억원에 달한다.
윤 대표는 "AI 기반 자동화 디지털 솔루션이 고객사에서 높은 만족도를 얻으며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5년 내 AI 기반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면서 "그 자체가 삼일의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AI와 회계업계의 미래, 가상자산 시장 급성장 등 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윤 대표를 만나 리더로서 고민과 조직문화, 그리고 회계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회계에 AI를 도입한 배경은.
▷우리는 이미 AI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실행력이다. 예전에는 기술이 비즈니스를 따라갔다면, 지금은 기술이 비즈니스를 선도한다.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이미 GPT 기반 감사 초안 도출, 클라이언트 대응 자동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통한 재무 데이터 가공 등을 실무에 도입하고 있다.
삼일도 작년부터 6개 부문에서 AI 적용을 병행해 왔다. 예컨대 세무 자문 부문에서는 GPT를 기반으로 한 질의응답 모델을 만들었고, 회계감사 부문에선 감사 자료를 자동 추출해주는 도구를 개발 중이다. 초기에는 내부 테스트만 이뤄졌으나 이제는 실제 고객 서비스에 일부 적용하고 있다.
―AI 도입을 조직 내부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장치는.
▷기술은 준비됐는데 사람들이 준비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구성원 교육과 다양한 시도를 병행하고 있다. 실무자가 직접 AI 툴을 써보면서 어떤 일이 달라지는지를 체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산업 전반뿐 아니라 회계법인 자체도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더 이상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는 조직이 아니라, 해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AI는 도구가 아니라 전략이 돼야 한다. 회계법인은 고객의 회계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넘어 비즈니스 구조 전반에 대한 조언을 해야 한다. 그래서 작년부터 '원 삼일(One Samil)'이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인수·합병(M&A), 세무, 회계, 정보기술(IT)이 하나의 태스크포스(TF)에서 움직이도록 구성했고 실제로 몇몇 대기업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에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금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회계 처리'가 아니라 '종합적 솔루션'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회계법인의 본질까지 바꾸나.
▷예전에는 식당 영수증을 손으로 붙이고 전표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자동화 솔루션이 계정 처리까지 해준다. 여기에 AI가 더해지면 내부규정 준수 여부까지 자동으로 점검할 수 있다. 이미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회계법인, 중견기업에도 저렴한 가격에 RPA와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중소형 회계법인이나 영세기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상생의 의미가 크다. 무상은 아니지만 RPA를 비롯한 자동화 솔루션을 1000만~2000만원 선에서 저가에 공급한다. 회계산업 내에서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사회 전체로 신뢰와 혁신을 나누는 게 목표다.
―기존 회계업의 역할이 줄어들지는 않나.
▷오히려 확장된다고 본다. 과거엔 숫자만 보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숫자의 배경과 맥락, 리스크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게 회계법인의 새로운 역할이자 기회다. 단순 계산은 AI가 대체하겠지만, 해석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실제로 단순 반복 업무는 AI가 대체하고 있다. 남는 시간은 더 고차원적인 검증·분석·판단에 쓸 수 있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평가처럼 기술이 도와주는 부분이 있지만 결국 '이걸 반영할지, 말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AI는 회계사 역할을 오히려 고도화한다.
―올해 삼일 실적은 어떤가.
▷2025년 6월 기준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8~9% 증가했다. 중요한 건 컨설팅을 포함해 전체 매출 가운데 약 55%는 감사나 세무를 제외한 비전통 회계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ESG 전략, IT 감사, 지속가능경영 등에서 수익이 늘고 있다. 특히 ESG 부문은 고객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별도로 전담 조직을 꾸리고 있다. 단지 외형적 수치 이상으로 삼일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훈수 대표 △1965년생 △1983년 서울 서라벌고 졸업 △1987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9년 서울대 경영학과 대학원 졸업 △1987년 삼일회계법인 입사 △1994~1998년 PwC 미국 새너제이 파견 근무(실리콘밸리 기업 감사 업무) △2001년 미국 PwC 파견 근무(미국 SEC 법규 자문 업무) △2017~2020년 삼일회계법인 감사부문 대표 △2020년 6월~현재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