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빚 갚아드립니다”…외환위기때 발생한 연체 채권도 탕감 대상에 포함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입력 : 2025.07.14 15:46:03 I 수정 : 2025.07.14 18:19:02
정보없어 방치된 8천억 소각
연체채권 관리 부실 도마에


이재명 정부가 자영업자 장기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주는 프로그램 배드뱅크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상점가 폐업 상가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정부가 다음달 배드뱅크를 설립하며 장기연체채권 소각에 나서는 가운데 1997년 외환위기 때 나왔던 연체채권까지 탕감 대상에 포함시켰다. 오랜 기간 소득과 재산 정보가 확인되지 않아 사실상 방치돼왔던 빚을 30년 가까이 지나 일괄 정리하는 것이다.

14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캠코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정리기금 명목으로 인수했으나 10년이 지난 2006년 부터 현재까지 소각되지 않은 장기연체채권은 8575억원, 채무자는 6만502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캠코가 소각할 전체 채권(4조6212억원)의 19%에 달한다.

캠코는 자체 기준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나 고령자 채권은 정기적으로 일부 소각해왔다. 하지만 국세청 등으로부터 소득 정보를 확보하지 못해 소각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채권이 그만큼 많았다.

정부는 이번 배드뱅크 프로그램을 통해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무담보 개인채권을 매입한 후 소득에 따라 전액 소각하거나 최대 80%의 빚을 감면할 예정이다. IMF 사태 이후 받지 못한 초장기 연체 채권도 소각 대상이 포함된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사진 = 김재섭 의원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수십 년간 방치하다 뒤늦게 세금을 통해 정리한다는 비판이 이는 대목이다. 앞으론 초기 단계부터 채무자 상환 여력이나 소득 정보를 파악해 조기 채무조정이나 회수를 유도하는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섭 의원은 “외환위기 당시 발생한 장기연체채권을 국민 혈세와 금융권 재원으로 소각하려는 것은 공공기관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8월 배드뱅크 설립 이후 9월 금융회사와 매입 협약을 체결하고, 10월부터 본격적인 채권 매입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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