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이상 日도시 100년뒤 11개→4개 ‘뚝’...“韓 소멸속도 더 빨라”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5.07.22 17:48:06 I 수정 : 2025.07.22 18:16:00
‘인구 문제 석학’ 모리 토모야
교토대 경제연구소 교수 인터뷰

일본보다 한국 수도권 집중도 훨씬 높아
전 지역 분산 발전 방식 바람직하지 않아
소멸될 도시 인구 ‘소프트랜딩’이 중요
수도·통신 등 인프라 분산 방법 강구해야
용적률 완화·교통 확충은 미래세대에 부담


인구·경제분야 석학 모리 토모야 일본 교토대학교 경제연구소 교수(사진)가 일본 인구가 100년 뒤 지금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은 일본보다 수도권 집중화 정도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며 수도권-지방 간 이원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도쿄보다 집중도 훨씬 클 것... 수도권-지방 이분화 전략 필요
모리 토모야 일본 교토대학교 경제연구소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모리 교수는 2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현재 1억2610만명인 일본 인구는 100년 뒤 3480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며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는 2020년 11개에서 2120년 4개로, 인구 1만명 이상 도시는 같은 기간 82개에서 26개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과 고려대학교 도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줄어드는 인구, 달라지는 도시’ 세미나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도시 소멸’의 배경을 모리 교수는 ‘빨대 효과’에서 찾았다. 빨대 효과란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대도시가 주변 지역의 인구와 경제력을 흡수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는 1960년대 고속철도 신칸센이 생기면서 일본 전역을 거의 다 연결하기 시작했고, 전국적인 도시 집중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모리 교수는 한국에서 이같은 도시 집중 현상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한국이 일본에 비해 ‘서울 집중’을 위한 조건을 더 많이 갖추고 있어서다. 그는 “한국 인구는 일본의 반 정도이며 면적은 4분의1”이라며 “규모가 작다는 건 도쿄보다 서울의 집중도가 더 클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일본 후쿠오카의 경우 도쿄와 먼(883km) 덕분에 도쿄에 인구를 모두 빼앗기지 않고 주변 소도시 인구를 가져오는 ‘허브 도시’가 됐다. 그런데 한국은 가장 멀다고 할 수 있는 서울-부산 간 거리(427km) 조차 그리 멀지 않아, 서울과 상권이 겹치치 않는 독자적인 도시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모리 교수는 전 지역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자원 분산 정책은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지역에 힘을 쏟더라도 서울과 경쟁하게 될 것이고, 절대 서울을 이길 수 없다”며 “이보다는 대도시와 지방을 이원화해서 살리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거주를 하고, 지방은 자동화와 정보기술(IT) 역량을 집중시켜 대규모로 돈을 벌 수 있는 장소로 이분화하는 것이다.

지방 도시와 대형 도시를 교통망으로 연결하는 정책과, 용적률을 높이는 정책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정책 모두 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이 되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교통 운행 빈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구 규모가 중요한데 인구 규모가 줄면 교통 운행빈도도 줄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서는 용적률을 완화해 도심을 고밀도로 재개발 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 인구가 감소하면 인구 밀도도 낮아지고, 고층 빌딩들이 모두 남은 세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방 소멸, 새로운 기회될 수 있어
이 지점에서 지방 소멸이 새로 탄생시키는 기회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사람이 살지 않아도 생산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기술을 활용해 좋은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농업은 스마트 농법을 활용해 대규모화 했을 때 지방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모리 교수는 “일본은 농지가 정책상 세분화돼 있어 적용이 쉽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모리 토모야 일본 교토대학교 경제연구소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줄어드는 인구, 달라지는 도시’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모리 교수는 최대한 지속가능한 도시 중심으로 지방을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는 소멸해도 살고 있던 사람들은 다른 도시로 이동해 삶을 이어가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그들을 다른 지역으로 원활하게 ‘소프트랜딩’ 시키는 것이라는 의미다. 모리 교수는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 살기 위한 기반 시설인데 한국과 일본 모두 인프라를 고정된 ‘그리드’ 안에서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시스템들이 고정이 아니라 이동시킬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분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으로 일본 지방 도시에서 활용하고 있는 ‘컨테이너화된 정수 시스템’을 제시했다. 수도 시설이 취약한 개도국에서 많이 쓰이는 시스템으로, 하나의 컨테이너 안에서 모든 정수 시스템이 다 돌아가는 방식이라 배수관 등을 대규모로 매립할 필요가 없다. 모리 교수는 향후 전기나 통신, 가스 등 인프라도 모두 고정하지 않고 분산화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韓日 저출생 원인 달라... “韓 저출생, 극단적으로 가진 않을 것”
모리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저출생 원인이 서로 다른 데 있다고 봤다.

우선 일본의 저출생 원인은 ‘극단적 개인주의’에서 찾았다. 그는 “일본 상황을 생각해보면, 일본은 이런 개인주의가 너무 극단적이라 인구 감소와 저출산에 영향 미치고 있다고 본다”며 “일본 사람들은 너무 개인의 권리만 주장하고, 사람과 사람이 협동해 뭔가를 이뤄내는 것에서 멀어져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 학교, 가족 모두 이런 문제를 겪고 있어 결혼 전제 하에 가족을 꾸리는 가치관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개인주의 수준은 높지 않지만 생활 수준에 대한 의식이 높은 것이 원인이라고 봤다. 그는 “주변 한국인 동료들에게 들어보니 한국의 개인주의는 일본만큼 극단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다른 건, 한국은 생활 수준에 대한 의식이 높다는 것”이라며 “상위 몇 퍼센트가 누리는 생활 수준을 나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 저출산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대한 동기가 일본 여성에 비해 높은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모리 교수는 “한국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대한 동기가 일본에 비해 압도적인 것 같다”며 “서구의 여성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개인주의가 심해질 수 있겠지만, 극단적으로 흐르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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