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를만큼 올랐다"…개미, 美국채 베팅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입력 : 2025.07.22 17:54:01 I 수정 : 2025.07.22 19:46:14
감세안에 치솟던 美 국채 금리
5% 밑돌자 투자자 매수세 몰려
북미채권펀드 1주일새 2천억↑
국내선 추경효과에 국채금리 쑥
10년물 인버스에 1천억 뭉칫돈






미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세가 주춤하면서 북미 채권 펀드에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하락 전환(채권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투심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미 채권 펀드에는 지난 일주일 새 자금 2054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5%를 상회하던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하락 전환하면서 18일 5% 밑으로 떨어지자 하락 베팅이 강해지며 21일 하루 새 1047억원이 몰렸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감세 패키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통과된 이후 미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15일 심리적 저지선인 5%를 돌파해 5.018%를 기록했다. 2일(4.804%) 대비 불과 8거래일 새 21.4bp(1bp=0.01%포인트) 급등한 수준이다. 이후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16일 장중 5.078%까지 치솟았다.

최근 일주일간 미 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만 1500억원 이상이 순유입되면서 장기채 투자가 두드러졌다. 펀드별로는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 각각 585억원, 444억원이 유입됐다. 또 장기 금리 민감도가 높은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에도 362억원이 들어왔다.

서학개미들도 미 국채금리 하락에 강하게 베팅하는 모양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새 서학개미들은 장기 국채가격 상승에 3배 레버리지로 베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 국채 3X(TMF)'를 4632만달러(약 6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미 장기채 금리가 4%대 중반~5% 사이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리가 5%에 근접하면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30년물 금리가 5% 선에 도달하는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장중 5%를 돌파한 후 4%대 중반까지 안정됐던 금리는 4월 상호관세 발표 이후 다시 치솟았다. 이후 5월 5%를 넘어선 금리가 다시 4.7%대까지 안정됐으나 이달 들어 또 한 번 단기 급등했다.

OBBBA 법안 통과 이후 재정적자 확대 염려가 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관세 서한을 보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 국채금리가 들썩이면서 한국 국채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도 몰렸다. 지난 일주일간 'RISE 국채선물10년인버스'에 1099억원이 순유입되며 채권형 ETF 중 1위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를 때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수요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4월 말 2.5%대에서 21일 기준 2.87%로 올랐다. 미 국채금리 상승세와 더불어 이달 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따라 국채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가 확산된 영향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차 추경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음에도 국내 금리는 8월 말 발표되는 내년 예산안 관련 불확실성과 미 장기물 금리 상승에 연동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 재무부가 2월부터 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있어 발행 우려가 낮아지면 미 국채금리 상승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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