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세가 주춤하면서 북미 채권 펀드에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하락 전환(채권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투심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미 채권 펀드에는 지난 일주일 새 자금 2054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5%를 상회하던 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하락 전환하면서 18일 5% 밑으로 떨어지자 하락 베팅이 강해지며 21일 하루 새 1047억원이 몰렸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감세 패키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통과된 이후 미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15일 심리적 저지선인 5%를 돌파해 5.018%를 기록했다. 2일(4.804%) 대비 불과 8거래일 새 21.4bp(1bp=0.01%포인트) 급등한 수준이다. 이후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16일 장중 5.078%까지 치솟았다.
최근 일주일간 미 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만 1500억원 이상이 순유입되면서 장기채 투자가 두드러졌다. 펀드별로는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 각각 585억원, 444억원이 유입됐다. 또 장기 금리 민감도가 높은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에도 362억원이 들어왔다.
서학개미들도 미 국채금리 하락에 강하게 베팅하는 모양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새 서학개미들은 장기 국채가격 상승에 3배 레버리지로 베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 국채 3X(TMF)'를 4632만달러(약 6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미 장기채 금리가 4%대 중반~5% 사이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리가 5%에 근접하면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30년물 금리가 5% 선에 도달하는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장중 5%를 돌파한 후 4%대 중반까지 안정됐던 금리는 4월 상호관세 발표 이후 다시 치솟았다. 이후 5월 5%를 넘어선 금리가 다시 4.7%대까지 안정됐으나 이달 들어 또 한 번 단기 급등했다.
OBBBA 법안 통과 이후 재정적자 확대 염려가 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관세 서한을 보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 국채금리가 들썩이면서 한국 국채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도 몰렸다. 지난 일주일간 'RISE 국채선물10년인버스'에 1099억원이 순유입되며 채권형 ETF 중 1위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를 때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수요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4월 말 2.5%대에서 21일 기준 2.87%로 올랐다. 미 국채금리 상승세와 더불어 이달 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따라 국채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가 확산된 영향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차 추경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음에도 국내 금리는 8월 말 발표되는 내년 예산안 관련 불확실성과 미 장기물 금리 상승에 연동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 재무부가 2월부터 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있어 발행 우려가 낮아지면 미 국채금리 상승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