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근값 폭등에 주스까지 생산 중단”…폭염 인플레이션의 습격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입력 : 2025.07.24 10:10:40 I 수정 : 2025.07.24 19:43:35
이른 폭염에 당근 작황 타켝
당근농축액 가격 3배로 폭등
‘아침에주스 블랙라벨 ABC’
원재료 국내산서 미국산으로
“히트플레이션 안방에 닥쳐”


한 대형할인점에 진열된 ‘아침에주스’ 제품군. [사진 출처 = 매경DB]
이른 폭염이 과채 작황에 타격을 가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서울우유가 국내 냉장주스 부동의 1위 ‘아침에주스 제주당근’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또 아침에주스 고급 상품군인 ‘블랙라벨 ABC 주스’는 앞으로 당근농축액을 국내산이 아닌 미국산을 쓰기로 했다. 작황이 부진해 국내 당근 농축액 가격이 3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무더위로 농산물값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우유가 판매하는 아침에주스 제주당근의 공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SSG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에도 품절 상태로 표기돼 판매되지 않는다.

아침에주스는 오렌지, 당근, 포도, 제주감귤, 사과 등 다양한 맛으로 출시되는 100% 천연 과즙 주스다. 지난 1993년 12월 처음 출시된 이래 32년간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제품이다. 냉장주스 시장에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산이 전면 중단된 ‘아침에주스 제주당근’. [사진 출처 = 서울우유]
이뿐만 아니라 아침에쥬스 프리미엄 상품인 ‘아침에주스 블랙라벨 ABC 주스’의 당근 농축액이 최근 국내산에서 미국산으로 바뀌었다. 서울우유는 유통채널을 통해 “당근 농축액이 국내산에서 미국산으로 변경됨에 따라 관련 영양정보표기를 보낸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주부터는 해당 제품의 당근 농축액 표기에서 원산지가 미국산으로 찍혀 출하된다.

원재료가 국내산에서 미국산으로 바뀌는 ‘아침에주스 블랙라벨 ABC’. [사진 출처 = 서울우유]
서울우유가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일·채소 가격의 급등이다. 특히 제주에서 생산되는 주요 겨울 채소 중 하나인 제주 당근은 이른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급등했다.

제주당근은 이달 하순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주로 파종을 하는데, 폭염과 국지성 폭우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발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도 파종 시기 폭염과 가뭄에 따른 발아불량으로 재파종을 했고, 태풍과 강풍에 의한 짠 바닷바람으로 인해 잎이 말라 죽는 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가격이 치솟은 과채가 당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에선 급등한 채소·과일값 여파가 식품업계 잔체에 미칠 파급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수박 한 통의 소매 가격은 3만884원으로 3만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24.3% 비싸고, 평년(지난 5년 가운데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치 가격의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33.3% 높은 수치다.

수박은 지난달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한 탓에 생육이 부진했는데, 무더위가 곧바로 덮치며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며 수박값이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여름철 호우와 폭염 이후 수박값이 올라, 8월 중순에 수박 한 통 가격이 3만1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폭염에 취약한 대표 품종인 배추도 최근 들어 가격이 뛰는 상황이다. 23일 기준 배추 한 포기 소매 가격은 5315원으로 전년 대비 1.7% 하락했지만, 일주일 전인 16일(4805원)과 비교하면 10.6% 올랐다.

배추와 함께 여름철 고랭지 채소로 묶이는 무 가격 역시 지난 23일 기준 1개당 2618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6.8% 뛰었다. 여름이 제철인 멜론도 23일 기준 소매 가격이 한 통에 1만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6.1%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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