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증시서 솎아내기 본격화…코넥스에선 최초로 실질심사 퇴출 발생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7.24 15:39:02 I 수정 : 2025.07.24 16:01:00
올해 코스피 3개사 코스닥 14개사 퇴출 결정
7달만에 지난해 전체 규모 뛰어넘어 ‘밸류업’
코넥스에서는 상폐 제도 개선 덕에 첫 사례도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5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 밸류업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의 질적 성장을 위해 부실기업 정리에 나서면서 실질심사로 상장폐지되는 기업이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 실질심사로 정리된 기업의 수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벌써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거래소의 ‘증시 건전화’ 의지로 퇴출 제도 개편까지 이뤄지면서 코넥스 시장에서는 첫 실질심사 상장폐지 사례까지 등장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형식적 상장폐지와 달리 정량적인 기준만이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 등 정성적 요소를 각종 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실질심사 사유로 시장에서 나오는 기업이 늘어날 경우 상장폐지를 향한 기조가 온정주의에서 벗어났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한국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통해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코스피 상장사는 쌍방울·이아이디·스타에스엠리츠로 총 3개사다.

지난해에는 청호ICT 한 곳 뿐이었던 실질심사 상장폐지 결정이 올해 상반기에만 줄줄이 세 건이나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된 경우가 아예 없었다가 올해 두드러지게 많은 결정이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지 한 달도 안 돼 2년간 늘어지던 쌍방울과 이아이디의 상장폐지 심사를 마쳤다.

스타에스엠리츠는 지난 2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발생한 뒤 1심인 기업심사위원회와 2심 상장공시위원회에서 개선기간을 부여하지 않으며 세 달여 만에 신속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기업 수가 지난해 12개사에서 올해 14개사로 늘어났다.

기업심사위원회와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개선기간 없이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기업도 올 들어 퀀텀온·셀피글로벌·CNH·에스유앤피 등 5개사가 등장하며 지난해(3개사)에 비해 증가했다.

개장 12년차에 접어든 코넥스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실질심사를 거친 퇴출 판단이 나왔다. 지난 11일 코넥스시장 상장공시위원회는 큐러블의 상장폐지를 최종 결정했다.

그간 코넥스 시장에서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고 있더라도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실질심사는 중단됐다.

때문에 퇴출 대상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긴 개선기간이 부여되는 감사의견 미달 등의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를 유도해 실질심사로 인한 상장폐지가 없었다.

지난 3월부터 코넥스시장의 상장규정 시행세칙이 두 사유가 함께 발생하는 경우 심사를 모두 진행하는 형태로 변경되면서 이번에 첫 사례가 등장할 수 있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저성과 기업들을 적시에 퇴출하기 위해 제도 개편과 함께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올해부터 증시 진입과 퇴출 사이의 균형이 맞아가면서 선순환 구조를 정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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