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리스트에 트럼프 수차례 등장”...백악관은 ‘가짜 뉴스’라 하지만
임성현 특파원(einbahn@mk.co.kr)
입력 : 2025.07.24 21:03:39
입력 : 2025.07.24 21:03:39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의혹이 미국 정가를 뒤흔드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일에 수차례 등장했지만 법무부가 이를 덮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 결혼식에 등장한 엡스타인 사진부터 트럼프의 외설 편지,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한 트럼프까지 연일 두 사람 간 연관성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월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수백 명의 이름이 등장하고 엡스타인과 관련된 소문들도 써있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파일에는 피해자의 개인정보 등이 있어 파일을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수사당국이 확보한 엡스타인 파일에는 그의 성범죄 관련 증거자료와 참고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하면서 엡스타인과 연관된 사건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특히 본디 장관이 지난 2월 엡스타인 성접대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수사를 지휘한 법무부는 지난 7일 접대 리스트는 없으며 추가로 공개할 문서도 없다고 정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관성 때문에 사건을 축소하려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도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각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이것은 민주당원들과 자유주의 언론이 지어낸 가짜뉴스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WSJ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생일 때 그에게 외설스러운 그림을 그려 넣은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며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며 양측 간 공방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소재 연방법원의 로빈 로젠버그 판사는 엡스타인에 대한 2005년과 2007년의 대배심(형사재판의 시민 배심원 제도) 조사 기록을 공개해달라는 행정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엡스타인 파일로 지지층 동요가 거세지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를 통해 법원에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로젠버그 판사는 대배심 자료를 공개할 수 있는 연방 법률상의 ‘예외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무부의 요청을 기각했다.
한편 미국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오바마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취지로 정보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개버드 국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열거한 뒤 “우리는 이 모든 자료를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넘겨 범죄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게 할 것”이라며 “우리가 발견하고, 공개한 증거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관련) 정보 평가를 만드는 것을 주도했다고 지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