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들고 있는데 이러면 곤란하지”...테슬라 최악 실적에 서학개미 ‘철렁’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입력 : 2025.07.24 21:32:40
전기차 캐즘·美보조금 조기종료 예정
올 들어 테슬라 주가 17% 하락
글로벌 경쟁 심화로 中 BYD도 위협
알파벳은 선방…역대 최대 분기 매출


테슬라가 올해 2분기 실적에서 10년 만에 가장 큰 매출 감소를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가가 연초 대비 17% 하락한 가운데, 월가에서는 테슬라의 향후 실적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테슬라는 23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224억9600만달러(약 30조79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든 수치로, 테슬라 역사상 10년 만에 가장 큰 매출 감소폭이다.

테슬라 출시 행사. 로이터 연합


영업이익은 42% 급감한 9억2300만달러(약 1조2600억원)였으며, 주당순이익(EPS)은 0.40달러로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11억7200만달러에 그쳤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전일 대비 0.14% 오른 332.56달러에 마감했으나,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4.4% 넘게 하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 테슬라는 올해 들어 17.65% 하락했다.

이번 실적 부진의 주원인으로 자동차 부문 매출 감소가 꼽힌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 핵심 사업인 자동차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배출가스 규제 크레디트 수입 감소, 연구개발(R&D)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중국 BYD가 크게 선전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BYD의 지난 2분기 차량 인도량은 1년 전보다 16% 증가한 112만7000대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2분기 차량 인도량 38만4000건을 크게 넘어선 수치다. 테슬라의 2분기 차량 인도량은 1년 전보다 14% 감소했다.

오는 9월 말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를 종료하는 점도 향후 테슬라의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는 지금 과도기에 있다”며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규제 변화와 보조금 축소가 겹치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몇 분기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내년 말에는 테슬라의 재무 구조가 매우 매력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이날 저가형 전기차 모델을 양산해 4분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올해 말까지 미국 인구 절반에게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향후 5년 안에 연간 100만대 규모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대량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업인 전기차 부문은 주춤하지만, 미래 신사업인 자율주행차와 로봇 사업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다. 지난달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행에 돌입한 가운데 테슬라가 향후 자율주행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테슬라는 육체노동 대체·생산라인 자동화를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테슬라 주가 전망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이어졌다. JP모건은 로보택시가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도 ‘매도’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115달러로 제시했다. UBS는 목표주가로 215달러를 제시하고 ‘매도’ 의견을 냈다. 바클레이스는 목표주가를 275달러라고 밝히고 테슬라의 펀더멘털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웨드부시는 500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하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가치가 장기적으로 테슬라 밸류에이션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먼트는 2029년 장기 목표가로 2600달러를 제시했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2일 하루에만 테슬라 36만달러어치를 매수한 바 있다.

한편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2분기 매출 964억3000만달러(약 131조9800억원)와 순이익 282억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 순이익은 20% 증가했다. EPS는 2.31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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