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목 ‘묻지마 투자’ 뛰어든 서학개미…왜 그랬을까

정재원 기자(jeong.jaewon@mk.co.kr)

입력 : 2025.07.28 16:01:00
2020년 상장 이후 오픈도어 주가 흐름. 자료=야후파이낸스.


서학개미들이 ‘밈 주식’ 대장주인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 거래대금을 늘리며 미국 주식시장의 투기적 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투자 성과는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가에서는 오픈도어를 추천한 헤지펀드 매니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1~25일 서학개미의 오픈도어 거래대금은 7184만달러(약 990억원)로, 같은 기간 넷플릭스(6554만달러), 메타(4908만달러), 브로드컴(4755만달러)보다 활발하게 거래됐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 오픈도어는 러셀3000지수에도 포함되지 않는 초소형주로, 시가총액은 약 18억달러(2조5000억원)다. 국내 증시의 F&F, 코스맥스, 영원무역보다도 시총이 낮다.

오픈도어는 지난 2020년 상장 이래 단 한 차례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만년 적자’ 회사다.

지난 5월에는 주가가 한 달 연속으로 1달러 미만을 맴돌면서 나스닥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 경고를 받기도 했다.

부실한 기업 펀더멘털에도 서학개미가 오픈도어 거래대금을 늘린 이유는 이 주식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헤지펀드 EMJ캐피털의 에릭 잭슨 대표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엑스)를 통해 오픈도어(OPEN) 주식이 2013년 이후 가상자산시장과 같이 급등세를 보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진=에릭 잭슨 X 갈무리.


지난 21일(현지시간) 에릭 잭슨 EMJ캐피털 대표는 “오픈도어 주가가 100배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픈도어에는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42.67% 폭등했다. 장중 한때 주가 상승률은 120%에 달했다.

오픈도어 주식의 급등세를 지켜본 서학개미가 단기 차익을 노리고 투기적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학개미는 이 기간 오픈도어를 4081만달러(약 562억원) 매수했고, 3103만달러(약 428억원) 매도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오픈도어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의 92%가 신규 진입 투자자였다.

그러나 오픈도어 주가는 21일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탔다. 25일 마감가는 21일보다 20.87% 하락한 2.54달러다.

서학개미의 오픈도어 투자 성과는 부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주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오픈도어를 사들인 주주들의 평균 매수단가는 3.25달러로, 25일 종가보다 28%나 높았다.

월가에서는 오픈도어와 같은 밈 주식에 투자들이 몰려드는 현상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아이스먼은 오픈도어의 100배 상승을 전망한 잭슨의 의견을 두고 “오픈도어에 대한 의미 있는 주요 뉴스는 없었다”며 “대담하거나, 미쳤거나, 나쁜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오픈도어와 같은 밈 주식들이 인기를 끄는 것이 시장 과열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투기적 거래 지수’가 2021년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며 “단기적으로는 시장 전체가 상승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락 위험도 커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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