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협력 제안하며 미국 막판 설득…한미 관세협상 쌀·소고기도 협상 테이블에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입력 : 2025.07.28 20:55:47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을 나흘 앞둔 28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본사에 대형 크레인이 보인다. 연합뉴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27일(현지시간) 미국과 무역합의를 이뤄내면서 다음달 1일 ‘협상 데드라인’을 목전에 둔 정부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이 협상 불가 영역으로 거론하던 ‘품목별’ 관세 인하를 받아낸 일본에 이어 EU는 반도체와 의약품 등 미래에 부과될 관세까지도 협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성과를 냈다. 이로써 세계무역기구(WTO) 10대 수출국 중 독일과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는 30%로 예고됐던 관세를 15%까지 낮출 수 있게 됐다. 28~29일 미국과 고위급 회담을 하는 중국마저 관세협상에 성공한다면 세계 10대 수출국 중에서는 한국과 멕시코, 캐나다만 남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다음달 초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한국 협상팀이 풀어가야 할 숙제가 겹겹이 쌓여가는 형국이다.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측 협상단이 머물고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로 급파해 협상의 흐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유럽에서 본국과 소통하면서 한국 측 ‘재수정 제안’을 들고 러트닉 상무장관과 마주 앉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 협상팀은 미국 측에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로 이름 붙인 수십조 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해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우리 정부는 민감 품목인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대미 투자 확대 등 사실상 가용 가능한 모든 협상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겠다는 계획이다.

만에 하나 협상이 제때 타결되지 못하면 오는 1일 0시 1분부터 우리나라는 일본과 독일 등 주요 수출 경쟁국에 비해 10%포인트 높은 상호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주요 수출기업들은 10%포인트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면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대미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미국-EU 간 무역합의로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관세 인하로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 반면 제네시스는 10%포인트의 관세 효과를 더 부담해야 한다. 경쟁 프리미엄 브랜드 대비 ‘소폭 낮은 가격’으로 시장 입지를 넓혀오던 제네시스에는 큰 악재다.

인기가 많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영역을 보면 제네시스 GV70은 미국 판매가가 약 4만8000달러(약 6600만원)로 경쟁사 차량인 아우디 Q5(5만2000달러), BMW X3(5만달러), 메르세데스-벤츠 GLC(4만9000달러)보다 2~7%가량 낮다.

독일 경쟁사들은 제네시스보다 미국 현지 생산 물량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제네시스의 미국 현지 생산 물량은 판매량의 30% 정도인데, 별도 공장 대신 현대차 공장에서 함께 생산해 생산 물량 배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4월부터 부과된 미국의 25% 관세 조치에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4월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6% 감소했고, 5월에는 수출액이 27.1% 급감하기도 했다. 6월에도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0% 줄어들면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유지될 경우 올해 자동차 수출이 8.0% 줄어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은 상태다.

업친 데 덥친 격으로 미국은 이날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까지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러트닉 장관은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EU와의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에 대해 “2주 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관세율과 부과 품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 상무부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품목이 모두 반도체 관세에 포함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부품으로 완제품(세트)을 생산하는 전자 부품업계도 관세 영향권에 들 수 있다.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16.2% 늘었고, 지난달에는 전년 대비 수출액이 40.1% 급증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 실장은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자동차나 철강에 비해 관세 영향이 덜할 수는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반도체를 사용한 정보기술(IT) 기기 단가 인상으로 소비가 줄어들게 되면 반도체 수요가 줄어 간적적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는 증대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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