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리아, 반년 만에 'SPC맨' 재호출
입력 : 2023.08.28 16:14:03
제목 : 비알코리아, 반년 만에 'SPC맨' 재호출
'경영총괄임원'직 신설하고, CEO 교체 6개월 만에 현업 복귀 주문
"급변하는 환경 대응 위한 결정"…외부출신 이주연 대표 성과 숙제[톱데일리]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가 이주연 대표를 선임한 지 6개월 만에 도세호 전 대표를 경영총괄임원으로 복귀시켰다. 비알코리아는 이 대표 체제 아래 도 부사장이 회사 운영을 도와 실적 개선에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 대표를 선임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직전 대표를 복귀시킨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비알코리아는 도세호 전 대표를 경영총괄임원(부사장)으로 임명했다. 도 부사장은 1987년 회사에 입사해 SPC샤니 공장장, SPC팩 대표직을 거쳐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비알코리아를 이끈 정통 'SPC맨'이다.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는 고문으로 경영 자문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비알코리아는 도 부사장의 현업 복귀를 위해 '경영총괄임원'이란 자리까지 신설했다.
눈에 띄는 지점은 도 부사장의 복귀가 이 대표를 선임한 지 6개월 만에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이다. SPC그룹은 올해 2월 이주연 대표를 비알코리아의 새로운 수장으로 낙점했다. 그룹 내 첫 여성 대표이사라는 점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비알코리아는 스타벅스와 현대카드에서 디지털 사업 경험을 쌓은 이 대표를 앞세워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방향성을 내세웠다.
다만 이 대표 체제를 갖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 부사장이 복귀하게 되면서 업계는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경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부터 외부 인사인 이 대표의 경영방식이 그룹의 방향성과 맞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우세하다. 일반적으로 사업적 성과를 논하기엔 6개월이란 기간은 이른 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비알코리아는 허영인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이 전략총괄임원을 맡고 있는 곳이라는 점도 짧은 기간 내 콘트롤타워 수장 교체 및 보강 작업이 이뤄진 배경 중 하나가 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알코리아의 실적은 사실 오너 3세의 경영능력 평가로도 직결되는 문제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사장은 파리크라상을,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을 맡고 있다. 특히 비알코리아는 허 부사장이 처음 임원 배지를 단 곳으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알코리아는 비상장사로, 올해 실적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작년 성과만 놓고 보면 낙제점 수준이다. 작년 연매출은 전년대비 5.5% 증가한 791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으나, 영업이익(339억원)과 순이익(332억원)은 각각 57.2%, 47.8%씩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역대 최대 매출을 찍고도 이익 지표들은 2017년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실적 반등을 위해선 던킨의 성장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비알코리아 내 던킨(2057억원) 매출은 2000억원 대로 5000억원 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는 배스킨라빈스(5859억원)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최근 던킨의 매출 규모가 성장세라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던킨 매출액은 2019년 1791억원에서 2020년 1626억원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 1815억원, 2022년 2057억원 등 확대 추세다. 최근 도넛 수요가 줄어들고, 건강을 중시하는 업계 흐름에 따라 베이글, 샌드위치 등 메뉴에 변화를 준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엔 커피 고급화 전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에스프레소 블렌드', '첼시바이브', '롱비치블루' 등 여러 종류의 원두를 선보이며 커피 품질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 또한 원두 브랜드 '카페 브리즈'를 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비알코리아가 커피 경쟁력 강화에 힘쓰면서 이 대표가 전 직장의 노하우를 살려 커피부문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 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 대표는 스타벅스 재직 당시 사이렌오더 등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최근 경영 환경에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도세호 부사장이 경영총괄임원으로서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며 "대표이사직에는 그대로 이주연 대표가 재직 중인 만큼, 회사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ing@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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