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팔 생각 없다고? MBK, 믿을 수 없다”...고려아연 산증인이 분노한 이유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입력 : 2024.09.24 16:02:29 I 수정 : 2024.09.24 16:18:11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우리의 기술, 노하우, 50년 역사가 투기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꼭 막겠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부회장)는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타워 고려아연 다목적실에서 회사 핵심 기술진 2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며 이같이 밝혔다.

이 날 이 부회장은 “본인을 비롯한 핵심 기술진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 하겠다”며 만약 고려아연이 투기자본에 넘어갈 경우 현 기술진은 모두 관둘 것이란 의사도 표명했다.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온산제련소 현장에서 아연 등 유가금속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 고려아연의 성장을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은 영풍과 경영권 공세를 펼치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 생각도 없다”며 거듭 강조하고 있음에도 “믿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그는 “MBK파트너스와 같은 투기세력 관점에서 보면 고려아연에게는 (중국과 같은 다른 나라에) 팔아먹을 몇 천억짜리 기술이 있고, 그것만 보일 것”이라며 “따라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차지할 경우 우리의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우리의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섰다”며 “이같은 성과는 지난 50여년간 밤낮없이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한 우리 엔지니어, 연구원, 현장 근로자들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비철금속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국내의 주요 산업에 핵심원자재를 공급하는 기간 산업인인데 이런 핵심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면 우리 국가 산업 경쟁력은 쉽게 무너질 것”이라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이 날 장형진 고문을 비롯한 영풍 경영진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 부회장은 “영풍 장형진 고문은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환경 오염과 중대 재해를 일으켜 국민께 빚을 지고 이제 와서 투기 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풍의 경영진은 경영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폭로성 주장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영풍 장 고문은 그동안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 했다”며 이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거절하자 장씨와 최씨 일가 사이 경영권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풍 폐기물을 고려아연 쪽에서 처리하는 것은 고려아연 주주에 대한 배임이자, 국가에 대한 죄인데, 이것을 막은 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라며 “고려아연이 그 때부터 장 고문의 영풍 측과 사이가 틀어진 것이지 (원인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줬다.

그는 “미국에서 변호사였던 최 회장이 귀국한 후 저와 함께 온산제련소에서 1년간 함께 현장을 배웠다”며 “이 기간 온산제련소의 핵심 기술을 다 습득했고 이후 호주로 가서 적자 제련소를 흑자로 전환시켰고 회장 자리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원료를 멕시코, 호주 등에서 수입해 10년간 12.8%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건 기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전문 경영이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며 “원료 도입 상황에 맞춰 조업을 변화시키고 대처해 최대 이익을 따라가는 기술력이 우리에겐 있고 이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자회견 전 최 회장과 충분히 교감을 나눴다는 이 부회장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맞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지의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최 회장이 직접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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