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용기·담뱃갑 열어보니 희귀 생명체가···코모도왕도마뱀 등 불법 밀수 적발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입력 : 2024.11.14 14:02:13
입력 : 2024.11.14 14:02:13
인천공항세관, 특별단속 실시
“해외여행 가자” 지인 꼬득여
시가 19억원 상당 불법 밀수
일당 14명 검거해 검찰 송치
온라인으로 팔아 13배 시세차익
“해외여행 가자” 지인 꼬득여
시가 19억원 상당 불법 밀수
일당 14명 검거해 검찰 송치
온라인으로 팔아 13배 시세차익
외래생물 밀수입 전력이 있는 A씨는 주변 지인을 통해 국제멸종 위기종 등 희귀 생물을 국내로 밀반입했다. 지인들은 공짜 여행을 보내주겠다는 A씨의 말에 현혹돼 컵라면 용기와 담뱃갑 등에 생명체를 숨겼다. A씨 등 밀수 일당은 이같은 방식으로 들여온 멸종위기 동물을 네이버 카페와 전문 파충류 가게에 판매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14일 관세청 인천공항세관은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외래생물 밀수 특별단속’을 실시해 A씨 등 밀수범 일당 14명을 검거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1급)인 코도모왕도마뱀 등 외래생물 1865마리, 시가 19억원 상당을 불법으로 밀수한 혐의를 받는다.
인천공항세관은 지난 5월 30일 태국에서 입국하는 밀수 운반책을 검거하고 관련 공범들에 대해 수사를 확대했다. 압수수색, 포렌식 분석, 계좌추적 등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밀수입 일당을 추적해 관련 공범을 검거하고, 밀수 후 보관 중이던 외래생물도 압수했다.
세관 당국이 압수한 외래생물 중에는 멸종위기종인 코모도왕도마뱀과 에메랄드트리보아 등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희귀 외래생물도 있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인도네시아 코모도섬에 서식하는 도마뱀으로 현재 전세계 개체수가 5000마리 이하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국내에 수입된 적이 없으며 반입건 적발은 이번이 최초다.
수사 결과 이들 밀수 일당은 2022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년간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을 오갔다. 외래생물 밀수입 전력이 있는 주범 A씨와 B씨는 세관검사를 피하고자 공짜 해외여행을 미끼로 주변 지인들을 포섭해 외래생물 밀수 운반책으로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운반책들은 하의 속옷과 컵라면 용기, 담뱃갑 등에 생명체를 은닉해 수십회에 걸쳐 국내로 들여왔다.
주범들은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한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을 온라인상에서 판매하거나 전문 파충류 가게에 팔아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 이들은 멸종위기종인 버마별거북을 태국에서 30만원에 구매한 뒤 국내에서는 400만원에 팔아 13배가 넘는 차익을 거뒀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야생동물 관련 시설과 인력을 갖춘 국립생태원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압수한 외래생물 중 살아있는 개체는 국립생태원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었다”며 “국제적 멸종위기종 등 외래생물을 밀수하는 행위는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앞으로도 세관은 외래생물의 불법 반입을 국경단계에서 적극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