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찬미' 가수 윤심덕 뛰어내린 관부연락선 내년 120년 맞아
1905년 개설된 우리나라 첫 국제 여객항로, 부산~시모노세키 연결2026년 부산항 개항 150주년 앞두고 역사·문화유산으로 기념
김상현
입력 : 2024.11.17 08:32:01
입력 : 2024.11.17 08:32:01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정기 국제여객선 항로인 부산∼시모노세키 항로가 내년이면 개설 120주년을 맞는다.
17일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부산∼시모노세키 항로는 일제 치하인 1905년 9월 11일 최초의 부관연락선인 '잇키마루'가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출발해 부산항에 입항하면서 처음 개설됐다.
일본 산요기선 소유의 잇키마루는 1천680t으로, 240㎞에 달하는 거리를 당시 11시간 반에 걸쳐 운항했다.
잇키마루 이후 이 항로를 오가는 정기 국제여객선을 통칭 '부관연락선'이라고 불렀다.
이는 부산(釜山)의 부(釜)와 시모노세키(下關)의 관(關)에서 따 온 '부관'과 일본 산요철도와 경부선을 연결한다는 의미의 '연락선'(해상철도)이 합쳐진 이름이다.
부관연락선은 1912년 부산항 1부두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부산에 도착해서도 정박지와 부두 간을 소형선박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후 해방 직전인 1945년 6월 운항을 중단할 때까지 13척의 화객선을 운항하면서 모두 3천만명의 여객을 실어 날랐다.
이때까지 선박 이름도 처음엔 대마 등 일본 지명을 사용했으나 이후 고려, 신라, 경복, 덕수 등 한국식 이름을 붙였고 다시 천산, 대륜 등 중국의 산맥 이름을 빌려오기도 했다.
일제 치하 아픔의 역사 속에서 40년간 이어온 부산∼시모노세키 항로는 광복 이후 휴항기를 거쳐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인 1970년부터 지금까지 다시 54년간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부산∼시모노세키 정기 여객 항로 재개설 논의는 1967년 8월 제1차 한일경제각료회의에서 시작돼 1969년 8월 한국의 부관훼리와 일본의 관부훼리를 동시 설립하면서 급물살을 탄다.
1969년 9월 당시 농림부 수산국에서 부산∼시모노세키 항로를 승인하고 이듬해인 1970년 6월 3천800t급의 카페리 '훼리관부호'가 정식으로 취항한다.
훼리관부호는 광복 이후 개설된 첫 정기 카페리 여객선으로 여객 234명과 승용차 30대를 실을 수 있었다.
1983년 4월에는 국적선 훼리부관호(5천632t)이 취항하면서 부산∼시모노세키 항로에는 2척이 격일로 매일 운항을 시작했다.
1998년 8월 1만6천187t급 하마유호로 대체됐다가 2002년 5월 국내에서 처음 건조된 카페리선 성희호(1만6천875t)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부산∼시모노세키 항로의 숨은 이야기를 보면 관부연락선 첫 번째 입항자는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로 알려졌다.
독립운동가 김마리아는 1919년 2월 '2·8 독립선언서'를 품에 숨기고 관부연락선을 타고 우리나라로 귀국하기도 했다.
'사의 찬미'를 부른 가수 윤심덕은 1926년 8월 관부연락선 '덕수환'을 타고 가던 중 대한해협에 몸을 던졌다.
1926년 10월에는 신라 금관이 나온 경주 서봉총을 발굴한 스웨덴 왕세자 아돌프 구스타프 6세가 관부연락선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이밖에 염상섭의 소설 '만세전'의 배경이 되기도 했고, 가왕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사에도 들어갔다.
부산과 일본을 연결하는 핵심 교통수단이던 훼리부관호는 저비용항공사 등에 승객을 빼앗기면서 2017년 연간 20만명을 넘던 승객이 2019년에는 10만명으로 줄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운항을 중단했다가 2022년 12월 운항을 재개해 지난해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인 10만6천382명을 수송했다.
부산해양청 관계자는 "부산∼시모노세키 항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여객 항로로서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2026년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앞두고 부산항 역사·문화유산의 하나로 기념행사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oseph@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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