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과잉·트럼프 2기 미중갈등…복합위기 속 철강업계
포스코, 7월 포항 1제강공장 이어 1선재공장 두번째 셧다운현대제철도 최근 포항 2공장 문닫아…포스코 "신성장 산업 수요변화 선제 대응"
이슬기
입력 : 2024.11.19 18:56:43 I 수정 : 2024.11.19 21:48:00
입력 : 2024.11.19 18:56:43 I 수정 : 2024.11.19 21:48:00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국내 1위 철강회사인 포스코가 19일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45년 9개월만에 폐쇄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철강 시장의 중국발 공급 과잉과 해외 저가 철강재의 공세 속에 수익성 악화를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1선재 공장은 1979년 2월 28일 가동을 시작한 이후 45년 9개월 간의 가동을 마치고 셧다운에 들어갔다.
그간 누적 생산된 2천800만t의 선재 제품은 못, 나사, 타이어코드, 비드,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 등에 활용되며 국민의 일상생활을 함께 했다.
포스코의 선재 제품은 일상 필수품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약 2억t에 달하는 글로벌 선재 시장의 규모에 비해 수요는 9천만t에 불과해 장기간의 공급 과잉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된 저가의 선재 제품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포항제철소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했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어 4개월여 만에 두번째 셧다운을 결정하게 됐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의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에 대한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된 중국 장쑤성(江蘇省)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도 검토 중이다.
앞서 국내 2위 철강회사인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 2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국내 1·2위 철강회사들이 나란히 국내외 일부 공장의 문을 닫기로 한 것은 철강 업계의 장기화한 불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쳐 글로벌 철강 경기 자체가 가라앉은 데다, 국내 건설 경기도 얼어붙는 등 내수 수요까지 하락하면서 철강 업계의 불황 터널은 끝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대로 대(對)중국 견제를 위한 산업 전반의 관세 장벽을 높이 세우고 중국을 글로벌 무역 구조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 철강을 비롯한 글로벌 산업의 공급 과잉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한 채 자국 내에서도 소화되지 못한 중국발 저가 제품이 각국으로 쏟아지면서 국내 철강 업계의 부담도 더욱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의 최근 실적도 이 같은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철강 부문에서 포스코 3분기 실적이 매출 9조4천790억원, 영업이익 4천380억원으로 각각 작년 3분기보다 2.0%, 39.8% 감소했다.
포스코 고로 개수 등의 영향으로 생산과 판매는 증가했지만 수요 침체에 따른 밀마진(제강소 마진) 축소에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철강 부분의 3분기 매출은 5조2천79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작년 3분기(710억원)보다 90.1% 줄었고, 전 분기(200억원)보다도 65.0%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5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5조6천24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5% 감소했다.
순손실은 16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포스코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고수익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 재편하고, 고가 지역으로 수출 채널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을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차,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의 수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포스코 고유의 독자 제품을 개발해 수익 기반을 다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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