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지원 위해 산업은행 자본금 늘리고 신용공여 한도 올려야”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입력 : 2024.11.25 17:39:56
산은 ‘넥스트 100 포럼’서 전문가들 산업정책과 정책금융 융합 강조
디지털·녹색전환 정책 지원을 정책금융기관의 최우선 과제로 정해야
정책금융을 활용한 대규모 자금지원 위해 제도 개선도 필요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NEXT100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KDB산업은행 정책역량 강화를 위해 수권자본금(증자할 수 있는 최대자본금), 정부에 대한 배당유보 및 동일 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5일 산업은행은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의 향후 100년을 준비하자’는 취지로 NEXT 100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 주제가 ‘미래를 향한 재도약-산업정책과 정책금융이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저성장 구조가 고착되면서 미래 먹거리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1%였지만 2011년 이후에 연평균 2.6%로 하락했다. 경제성장률이 향후 장기적으로 1%대 이하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할 시점이 됐다.

구 위원은 신(新)산업 정책 필요성을 강조하며 “첨단전략산업 육성과정에서의 디지털전환(DX)·녹색전환(GX)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역별 산업과 인프라에 기반한 지역 포용적 정책(RX)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호 KDB미래전략연구소장은 앞서 언급한 DX·GX·RX와 같은 신산업 정책들이 정책금융과 결합해야 성장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최 소장은 “신산업 정책을 정책금융의 최우선 역할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현재 정책금융 체계는 중소금융 중심으로 운영돼 대규모·장기 자금수요 충족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의 절대 규모는 작지 않지만 중소금융 비중이 50%를 상회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정책금융 962조9000억원 중 중소금융이 491조2000억원(51.0%)이다. 산업금융은 243조5000억원(25.3%), 수출금융은 228조2000억원(23.7%)이다. 최 소장은 “정책금융기관의 설립 목적 및 업무 관련 조항에 첨단전략산업 지원 등 신산업정책 수행을 우선순위로 제시할 것”을 주장했다.

최 소장은 신산업 정책 지원을 위해 정책금융을 활용한 대규모 자금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산은의 정책금융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최 소장은 “산은의 자본력 확충을 통한 정책금융 지원 여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기준 산은 수권자본금의 여유는 3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윤한홍·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수권자본금 확대 법안(산업은행법 개정안)의 통과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그는 “산은 순이익 내부 유보 확대 등을 통해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은은 최근 5년 동안 총2조2000억원을 정부에 배당했다.

이어 그는 “시중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신용공여 한도를 타정책금융기관과 유사한 수준으로 재조정할 것”도 주문했다. 시중은행과 산은은 동일인에 대해 20%, 동일차주에 대해 25%의 신용공여 한도가 있다. 반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신용공여 한도가 동일인은 40%, 동일차주는 50%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대표적 전략산업인 반도체 산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강점은 종합제조업이지만 최대 약점은 공급망이 취약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잠재적 문제로 지속 가능성 여부와 중국의 위협을 꼽았다.

권 교수는 반도체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장기적 과제로 “팹리스 업체에 대한 지원 강화”를 말했다. 해외기업과의 격차 축소를 위해 팹리스 규모 대비 높은 수준의 NRE(초기개발비용) 보조금 지원 방안 필요성을 거론했다.

또 그는 보조금 정책도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아울러 직·간접 보조금 외에 인프라 활용, 환경규제, 인력고용 보조, 창업 환경 활성화 등 경제적 유인책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포럼에서 “기술과 산업에 대한 전문성, 금융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산업·금융정책의 연구개발(R&D)센터가 돼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씽크탱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은행이 그동안 해왔던 과거사 정리 위원회 역할, 즉 각종 부수적인 뒤처리 역할은 이제 대부분 정리가 됐다”au “향후 (은행은) 미래창조위원회로 갈 것이고, 미래 기술에 100조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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