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과자 쳐다도 못 보겠네”…원화값 폭락에 가만있던 코코아값에 무슨일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정슬기 기자(seulgi@mk.co.kr)
입력 : 2024.12.20 19:14:55
입력 : 2024.12.20 19:14:55
1450원대로 추락한 원화값
수입 의존하던 기업들 비상
사업 계획도 못짠 식품업계
제품 가격인상 불가피할듯
현지투자 늘리는 반도체 등
달러 부채 증가로 부담커져
정부는 외환수급 방안 발표
4년9개월만에 선물환 확대
수입 의존하던 기업들 비상
사업 계획도 못짠 식품업계
제품 가격인상 불가피할듯
현지투자 늘리는 반도체 등
달러 부채 증가로 부담커져
정부는 외환수급 방안 발표
4년9개월만에 선물환 확대
달러당 원화값 하락 여파가 한국 경제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수입 원재료 사용이 많은 식품업계는 내년 사업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해외 현지투자를 늘린 반도체와 2차전지 업계는 외화대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민생 전반에도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
안정적 외화수급이 다급해지자 정부는 대외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묶어 두었던 각종 금융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원화값 하락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 내년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데 어떤 역풍을 맞을지 몰라 우려하는 곳도 다수다.
빼빼로와 가나 등 초콜릿을 많이 사용하는 롯데웰푸드는 지난 10월부터 세워둔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재료 비용 계산 시 달러당 환율은 1380~1390원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최근 1450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가뜩이나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상황에 환율까지 폭등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내년 소비까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수입처 다변화 등에 노력하고 있으며, 상황이 어서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t당 1만2565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94% 올랐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고환율 상황이 지속된다면 상대적으로 국내 판매 비중이 높은 식품업체는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곳보다 수입 원재료 비용 부담이 커지고 환차손을 보게 된다”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이 20% 수준이지만, 2028년까지 45%로 늘릴 방침이다.
농심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 새로운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을 미루고 있다.
최근 수년간 미국에 공장을 증설하는 등 현지 투자를 늘린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달러 부채가 늘어나면 상환 부담이 커지고, 현금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장부 숫자 역시 바뀌는 만큼 추가 대응책을 고려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8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 간담회에서는 내년도 가장 큰 리스크로 원화가치 하락을 꼽고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소비 냉각, 기업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 및 고용 위축 등 내수 경제 부진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콘퍼런스콜을 열여 ‘외환수급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상향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은행은 자기자본의 50%, 외국은행 지점은 250% 한도가 설정됐는데 각각 75%, 375%로 높이는 것이다. 이번 한도 상향은 2020년 3월 이후 4년9개월 만이다.
통상 은행은 선물환을 사들이면 현물환은 파는 식으로 위험을 관리하므로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2010년 선물환 거래가 은행의 단기외채를 급격히 늘리거나 환율 변동성을 키운다는 이유로 한도 규제를 설정했는데 이를 완화한 것이다.
외화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현재 기업들이 국내 사용을 위해 외화를 대출해 원화로 바꾸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국내 시설자금을 구하기 위한 목적에서만 허용된다. 그러나 원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는 대·중견·중소기업은 시설자금 용도 대출에 한해 원화 용도 외화대출이 허용된다. 외화대출 규제는 2007년 처음 시작됐는데, 당시 대출된 외화가 시장에 풀리며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 도입됐다.
금융기관 대상 스트레스테스트 규제 도입 시기는 올해 말에서 내년 6월까지 연기한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를 위해 위기상황 시 외화자금 부족액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구안을 제출토록 할 예정이었다. 이 조치 적용 시기를 6개월 미룬 것이다. 또 국내기관이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때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정부의 외환수급 확대 정책은 당초 이달 말께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 시기를 앞당겼다. 전날 한은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만기 연장·한도 확대(500억달러→650억달러) 등 외화수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이 지속되자 시장의 심리적 안전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거래일보다 0.5원 하락한 1451.4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미 연준의 금리인하 폭 축소 예고에 따라 급락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5년9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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