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中보따리상과 거래 중단…“韓면세점 수익악화 원인 보따리상”

최종일 매경닷컴 기자(choi.jongil@mkinternet.com)

입력 : 2025.01.12 09:54:33
여행 수요 회복에도 올해 1인당 면세점 구매액이 50만원대로 줄어든 지난 19일 서울의 한 면세점 앞에 쇼핑객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새해 들어 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에서 처음으로 중국인 보따리상 ‘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중단 배경으로 손실 누적에 따라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수익성은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거래 규모가 큰 주요 중국인 보따리상들에게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알렸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헐값에 대량 구매한 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유통하는 보따리상으로 대부분 중국인이다.

이들은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경제보복의 차원으로 자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입국을 금지한 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입출국 관광객이 사실상 끊기면서 이들의 입지는 더욱 커졌다. 사실상 2017년 이후 국내 면세업계 매출 규모는 중국인 보따리상이 좌지우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면세점 수익 악화의 원인으로 꼽혔다.

국내 면세점들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재고를 처리해야 하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인 보따리상에게 상품 정상가의 40~50%를 수수료 명목으로 환급하는 조건으로 물건을 넘겼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큰 이윤을 남겼지만 면세점은 팔면 팔수록 손실을 떠안는 출혈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여행 수요 회복에도 올해 1인당 면세점 구매액이 50만원대로 줄어든 19일 서울의 한 면세점 앞에 쇼핑객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영업 행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면세점들은 상호 합의로 2023년 1월부터 점진적으로 중국인 보따리상 수수료를 현재 35% 안팎까지 낮췄다.

그러나 수수료율이 수익의 마지노선인 20%보다 여전히 높다 보니 면세점들은 손실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실적만 보면 지난해는 면세업계에선 코로나19 이상의 최악인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롯데와 신라·신세계·현대 등 면세업계 주요 4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합산액은 1355억원에 이른다. 4분기까지 포함한 연간 영업손실액은 2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개별 관광객들이 CJ올리브영이나 다이소와 같은 로드숍을 선호하는 소비 패턴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는 악재까지 겹치며 면세점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업계는 롯데면세점이 선제적으로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중단한 것은 바닥까지 떨어진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한편, 다른 면세점들에도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 관계 재설정을 생존을 위한 중차대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완전한 단절보다는 점진적으로 의존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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