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경쟁’에 1등 ETF 무너졌다···VOO가 SPY 추월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정재원 기자(jeong.jaewon@mk.co.kr)

입력 : 2025.02.19 16:09:14
뱅가드 수수료 인하로
VOO 최대 ETF 등극
국내서도 보수 인하 경쟁
현물 비트코인 ETF도
최저보수 상품이 절반 점유


ETF(상장지수펀드) 세계 챔피언이 바뀌었다.

투자자들이 운용보수가 비싼 SPDR S&P500(SPY) 대신 뱅가드의 S&P500 ETF인 VOO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18일 ETF닷컴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VOO의 운용자산은 6338억 2000만달러로 SPY의 운용자산인 6332억3000만달러를 앞질렀다.

세계 최초의 ETF 상품인 SPY는 1993년에 출시돼 올해로 32주년을 맞이했다. 살아 있는 역사이자 절대 강자로 많은 자산운용사들은 S&P500을 추종하는 SPY 유사 상품들을 선보였다. VOO는 2010년 출시돼 SPY보다 17년 늦게 등장한 후발주자다.

결국 순위를 결국 뒤집게 만든 건 수수료다. VOO의 총보수는 0.03%로 SPY의 0.0945%보다 저렴하다. 두 ETF가 같은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만큼 비용 차이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2년 초 VOO는 SPY보다 1820억달러 뒤처졌지만, 작년 단일 ETF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1160억 달러의 순 유입을 기록하며 격차를 좁혔다. 올해 들어 VOO에는 230억달러 이상 유입됐지만, SPY에선 160억달러가 빠져나가며 순위가 바뀌었다.

다만 SPY가 운용자산 규모 1위에서 밀려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금값 상승으로 같은 회사의 금 투자 상품인 SPDR 골드 셰어스(Gold Shares)에 1위를 잠시 내준 적이 있다.

미국 내 운용 자산 기준 세 번째로 큰 ETF인 블랙록의 S&P 500 ETF(IVV) 역시 VOO와 같은 0.03%의 낮은 운용 보수를 제공하며 작년 870억 달러의 순 유입을 기록했다.

비록 VOO의 작년 유입 규모인 116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IVV 역시 SPY를 위협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IVV는 6106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이 같은 추격에 SPY의 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지난 2023년 당사의 또 다른 S&P500 기반 상품인 ‘SPDR 포트폴리오 S&P500’(SPLG) ETF의 운용보수를 0.02%까지 낮춰 뱅가드·블랙록과 수수료 경쟁에 나섰다. SPLG은 운용규모가 595억 달러 수준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 “차별화가 쉽지 않은 대표지수 추종형 패시브 ETF 종목군에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관 투자자들의 경우 여전히 SPY를 중심으로 거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SPY의 일간 거래량 등은 여전히 VOO 수준을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보수가 싼 상품로 갈아타는 건 서학개미가 더 기민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2년 말까지만 해도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VOO의 총액이 5억5709만 달러로 SPY의 57.7% 수준이었지만 점점 격차가 좁아지더니 지난달 23일에 역전했다.

지난 17일 기준 서학개미의 VOO 보유액은 18억4800만달러, SPY 보유액은 18억1000만달러다. 연초부터 이날까지 서학개미들은 VOO를 1억6100만달러를 사들였지만, SPY는 6200만달러 순매수에 그쳤다.

김수정 미래에셋자산운용 선임매니저는 “수수료에 민감하게 반응한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미국 시장보다 먼저 VOO 투자 비율을 늘려 갔다”며 “실운용보수를 따로 계산해서 각각의 ETF 상품을 비교하는 똑똑한 투자자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보수 인하도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6일 S&P500과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총보수를 인하하자, 다음날 삼성자산운용도 총보수를 낮췄다. 이어 11일 KB자산운용도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 3종의 보수를 인하했다.

이에 따라 일주일도 안 돼 업계 국내 출시 S&P500 ETF 총보수 최저가가 세 차례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이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은 0.0068%, 삼성자산운용의 KODEX미국S&P500은 0.0062%, KB자산운용의 RISE미국S&P500는 0.0047%로 조정됐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경우에도 보수가 가장 낮은 상품이 전체 시장의 절반을 점유했다.

블랙록의 IBIT(운용보수 0.12%)는 운용 자산이 570억 3000만 달러 규모로 압도적 1위다. 다음으로 피델리티 FBTC(0.25%)가 205억 7000만 달러, 그레이스케일의 GBTC(1.5%)가 194억 4000만 달러, 아크/21 스웨어의 ARKB(0.25%)가 49억 4000만 달러, 비트와이즈의 BITB(0.85%)가 40억 7000만 달러 순이다.

가장 운용보수가 저렴한 IBIT엔 작년 기관투자자 자금이 120억 달러 이상 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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