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저유가”…비관론에 휩싸여있던 석유화학, 원가 경쟁력에 기지개 켠다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입력 : 2025.05.12 22:17:27
경기침체와 과다증설로 3년간 부진했던 석유화학업종
최근 WTI 60불 초반 안정화되며 이익 개선 기대감
관세 불확실성 해소가 주가 상승 좌우




석유화학 업계가 시장의 기대치를 넘는 1분기 실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저유가도 석유화학 업종의 이익을 올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국 경기 침체와 과잉 생산으로 비관론이 가득했던 석유화학 업종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코스피200 에너지화학 지수는 12.7% 상승했다. 이미 가시화되고 있었던 수요 침체에 트럼프발 관세란 악재까지 겹치며 끝없이 하락하던 에너지·화학 업종들은 지난달 초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저평가 매력에 저유가로 인한 스프레드(원재료와 제품 가격 차이) 확대 기대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이 60.78% 상승한 가운데 SK케미칼은 44.6%, 롯데정밀화학은 16.27% 상승했다. 3년간 다운 사이클이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업종의 주가는 순자산비율(PBR) 0.5배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관세 우려가 극심한 와중에도 저유가로 업황이 저점을 통과했을 것이란 기대에 강하게 반등한 것이다.

석유화학 업종의 주가 반등 트리거는 최근 들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이상 감산을 통해 유가를 떠받치지 않을 것이며, 저유가가 장기화해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5월 초에 내비치면서 WTI 가격은 계속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감산 기조를 버리면서 올해 유가 평균은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화학 스프레드가 올라가며 수익성이 개선된다. 한승재 DB증권 연구원은 “중국 공급량이 둔화되는데도 아직 반등하지 못하는 시황을 돌려놓을 유일한 열쇠는 저유가와 그에 따른 수요 회복”이라고 말하며 유가 하향 안정화에 따라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하락으로 인해 구매력이 늘어나고 재고를 다시 축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 우려가 큰 상황도 반전될 여지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관세를 유예한다는 공동성명이 12일 나오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할 가능성도 커졌다.

여기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높아진 관세에도 매출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정밀화학은 올 1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업체들의 경쟁력이 낮아지며 한국산 수입 물량이 확대된 효과가 컸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주 사업인 에피클로로히드린(ECH) 부문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올 1분기 120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컨센서스 776억원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의 1분기 이익 증가는 하반기 이후 합성고무 시황이 안정화될 때 업사이드를 미리 보여줬다”고 말했다.

향후 가이던스 발표에 미국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석화 제품 가격 하락을 언급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긴 했지만 불확실성이 걷히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 것이다.

향후 화학 업종 주가는 글로벌 수요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수요 회복과 증설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상반기 이후 고유가와 중국 수요 부진, 과다 증설이란 3중고로 주가는 역사적 최저점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다만 중국의 강력한 내수 부양책이 나온 상황에서 미·중 관세전쟁 해결의 실마리까지 나오면 경기 민감 업종의 대표 격인 석유화학 업종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중간재로 중국이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이 수입하는 구조상 화학은 미·중 분쟁의 피해 산업이었으며 불확실성은 여전히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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