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터파인더] [핀테크] '빅3' 쏠림현상, 스타트업 활로 있나

입력 : 2023.04.21 16:28:48
제목 : [섹터파인더] [핀테크] '빅3' 쏠림현상, 스타트업 활로 있나
'3강' 카뱅·네이버파이낸셜·토스 고공성장, 스타트업은 고사위기 자본력·플랫폼 경쟁력으론 승부 어려워…혁신 제공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때

[톱데일리]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입니다. 요즘 핀테크 업계 사정을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행복한 업체는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업체는 저마다 사정으로 고심 중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합산 매출 4조' 빅3 , 핀테크 스타트업은 100억도 어려워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뱅크,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 핀테크 빅3 업체는 지난해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 나갔습니다. 카카오뱅크 연매출은 약 1조6000억원으로 1조원을 조금 웃돌던 전년에 비해 50% 가량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토스 매출도 50% 이상 늘어나면서, 설립 이래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지난해 약 1조26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세 회사의 합산 매출은 4조원 이상으로 집계됩니다.

반면 핀테크 스타트업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뱅크샐러드의 실적은 초라합니다. 지난해 뱅크샐러드의 매출은 약 44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34억원 대비 약 28% 증가했지만 빅3와 규모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입니다. 매출은 수십억원대지만 500억원 이상의 영업비용이 발생하면서 뱅크샐러드는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 뱅크샐러드의 자산총계가 630억원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적자는 지속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하 온투업)을 영위하는 P2P금융(Peer to Peer Finance) 업체들의 상황도 곤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P2P금융 업체 중 가장 큰 대출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피플펀드를 운영하는 피플펀드컴퍼니입니다. 지난해 피플펀드는 108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영업비용은 매출의 3배에 달하는 315억원 정도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 약 150억원의 영업외비용까지 더해지면서 피플펀드컴퍼니는 3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인식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계 상황도 그리 밝지 않습니다. 일임투자 업체 파운트의 지난해 매출은 약 19억원, 영업손실 59억원, 당기순손실은 117억원입니다. 1년 사이 유동자산이 307억원에서 30억원으로 감소하면서 유동성 확보가 절실해진 상황입니다.

◆'쩐(錢)의 전쟁'... 동일한 전략, 다른 결과

지난해 빅3와 스타트업체들의 손익계산서 상에선 유사한 흐름이 발견됩니다. 영업비용, 그 중 판매비와관리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인건비와 광고선전비를 늘려 시장 선점에 나서려 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빅3는 저마다 1조원 안팎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어 수천억원대의 광고선전비 지출에도 견딜만한 체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다르죠. 수백억원 지출에도 회사의 명운을 걸어야 합니다. 플랫폼을 통한 이용자 유입 능력 면에서도 빅3와 스타트업의 역량은 현격한 차이가 납니다.

네이버파이낸셜에겐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믿을 구석이고, 카카오뱅크에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있습니다. 토스 애플리케이션(MAU)는 1000만 명 이상으로, 이미 토스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마케팅으로 빅3에 승부를 걸긴 이미 어려워졌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위기, 빅3만의 문제인가

사실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빅3가 경쟁우위에 선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닙니다. 핀테크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군에서도 반복적으로 발견됐던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대량의 자본 투입을 통한 이용자 확보, 이용자가 늘면 평균 단가가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이용자가 이용자를 부르는 선순환 효과까지.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고전적인 내용입니다.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스타트업의 무기는 혁신입니다. 기존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사업을 전개하는 틈새시장을 공략이 스타트업의 생존방식입니다. 결국 핀테크 스타트업의 위기는 과연 그들의 '얼마만큼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냐'는 물음으로 연결됩니다.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펀드를 살펴보면 상당수가 상장지수펀드(ETF)를 주요 포트폴리오로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해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가 상승세가 꺾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ETF를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로 삼았던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도 만족스러운 수익성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는 주로 고객이 맡긴 자신을 운용하고 나오는 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받습니다. 즉 펀드가 손실을 기록하면 벌어 들이는 수익은 0원에 수렴한다는 거죠. 과거 상승장 시절에도 로보어드 바이저 펀드는 사람이 운용하는 펀드를 압도할 만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사람보다 로봇이 우월한지에 대한 확신을 주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 로보어드바이저 업계가 넘어야 할 난관으로 여겨집니다.

온투업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으로 인해 그 유용성이 상당 부분 희석된 감이 있습니다. 온투업은 당초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신용자를 타깃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허가를 내주며 대출 전액의 일정 부분 이상을 중저신용대출로 유지하라는 특명을 내렸습니다. 21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주요 온투업체 49곳의 대출잔액을 집계해 본 결과,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이 67%를 차지했습니다. 개인신용 부문은 13%에 불과합니다. 주요 온투업체 49곳의 합산 대출잔액은 1조2000억원으로, 1금융권 보다 현격히 낮습니다.

온투업에 개인 고객의 발길이 저조한 이유로는 신뢰도 문제가 거론됩니다. 대표적인 신뢰도 하락 사례는 국내 P2P의 시초로 불리는 팝펀딩에서 발생한 대출 채권 부실 사건이 꼽힙니다. 홈쇼핑 재고를 담보로 잡는 팝펀딩의 동산담보대출은 금융위로부터 혁신 사례로 인정할 만큼 이목을 끌었지만, 약속했던 재고자산 유동화가 계획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발견되면서 온투업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고금리를 내세웠던 개인대출 상품들도 채권 부실화 사례가 알려지면서 인기가 하락했습니다.

뱅크샐러드는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 추천으로 입소문을 탔으나, 빅3의 성장으로 그 혁신성이 바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과거에는 뱅크샐러드의 서비스가 혁신적이었지만, 토스나 카카오뱅크가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면서 뱅크샐러드는 경쟁우위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비쳐집니다.

최근 뱅크샐러드는 개인용 유전자 검사(DTC) 키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데요, 과연 이러한 마케팅 방식이 핀테크 기업의 혁신성 유지와 얼마만큼의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사안입니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뱅크샐러드를 통해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검사자 수는 23만명에 달합니다. DTC 키트 가격은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시중에서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에 팔리고 있습니다. 뱅크샐러드가 DTC 검사 무료 제공에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뱅크샐러드 실적은 개선 기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jshi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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