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폭등후 하한가' SG사태 판박이…당국 "시세조종 긴급조사"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김명환 기자(teroo@mk.co.kr)

입력 : 2023.06.14 17:45:41 I 수정 : 2023.06.15 09:23:13
5개종목 무더기 하한가 폭탄





14일 증시에서 또다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터지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예기치 못한 폭락사태가 터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은 물론 자본시장 신뢰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독일 대만 등 다른 나라 증시는 올 들어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축포를 쏘고 있는 와중에 한국 증시만 외톨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코스피 상장사인 동일산업 방림 만호제강 대한방직, 코스닥 상장사인 동일금속 등 5개 종목은 약속이나 한 듯 정오께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방림이 오전 11시 46분께 하한가로 떨어졌고, 동일금속이 11시 57분 폭락했다. 이어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이 오후 12시 9∼14분 사이에 연이어 하한가로 추락했다. 단 28분여 만에 이들 5개종목에서만 시가총액이 5066억원 감소했다.

이날 동반 하한가를 맞은 5개 종목은 지난 4월 말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의 대상이 됐던 8개 종목과 유사한 점이 많다. SG증권발 하한가 사태는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2~3년 전부터 사 모으기 시작해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가 해당 종목을 한꺼번에 매도하면서 폭락이 시작됐다. 이어 다른 투자자들도 연쇄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날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동반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은 뚜렷한 실적 개선 없이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이후 주가가 3000원에서 7000원대로 오른 방림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21억원을 기록해 전년 63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동일산업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20억원에서 226억원으로 줄어들었고, 대한방직은 이 기간 영업이익이 54억원에서 39억원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해당 종목들은 모두 거래량이 적어 시세가 급변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종목 중 일부는 일 거래량이 3억원에 불과한 날이 있을 정도로 거래량이 적었다"고 말했다. 거래량이 적은 상태에서 장기간 상승한 것이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와 유사한 대목이다.

큰 변동이 없던 이들 종목들 주가는 최근 수년 새 급등했다. 2020년 1월 2일 1만5750원이던 만호제강은 동반 하한가 전날인 13일 6만5400원으로 315.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일산업은 281.9%, 동일금속은 169.6%, 방림은 242.3%, 대한방직은 168% 뛰었다. 실제로 한 대형 증권사가 지난달 15일 대출 증거금률을 상향한 8개 종목 중에 방림·대한방직·동일산업·동일금속 등 이날 하한가 종목 중 4개가 포함됐다. 이 증권사가 증거금률을 올린 종목 중에는 디와이피엔에프, 신대양제지 등 지난달 12일 갑자기 하한가를 함께 맞은 종목도 포함됐다.

해당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거래잔액, 거래량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라며 "해당 종목들의 증거금률이 각각 30~40%에서 100%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의 신용을 통해 해당 종목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면 증거금률이 변경되면서 투자자가 자기자본을 더 많이 집어넣어야 한다. 자금 부족으로 주식을 파는 투자자가 늘면서 가격 제한폭까지 가격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날 무더기 하한가가 발생한 5개 기업 중 한 곳의 주식 담당자는 "회사 경영상 특별한 이슈가 발생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작전세력에 의한 시세조종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 포털사이트 투자카페에서 해당 종목들을 추천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폭락사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해당 투자카페에는 2012년부터 동일금속, 동일산업, 만호제강 등 상장 기업에 대한 정보가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카페의 관계자는 이날 오전 '개인적 사유로 당분간 통화가 어렵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날 동반 급락은 SG증권 사태와는 차이도 있다. 과거 CFD 반대매매 사태에서 SG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는데 이번에는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 상위권을 주로 차지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이번 하한가 사태가 국내 증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닥 대차잔액이 역대 최고 수준인 5조원대로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증시에 이처럼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면 공매도 투자자들로 하여금 더 많은 공매도를 부추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들어 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는데, 지수가 하락함과 동시에 소폭 이익을 보면서 이익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5개 종목에 대해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점검에 들어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속한 거래질서 정립 및 투자자 보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의심되는 종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혐의 적발 시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5개 종목에 대한 조사를 위해 필요시까지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조회공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소수계좌에서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3개 종목(동일금속, 방림, 만호제강)에 대해선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강인선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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