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단지 만들때 바닷새 '핵심 서식지' 따진다

입지 선정 요인으로 검토…"절대적인 기준은 아냐"괭이갈매기 핵심행동권 1만6천㎢…한국 바다의 5분의1
홍준석

입력 : 2023.06.19 07:00:02


독도 괭이갈매기 둥지
[국립중앙과학관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바닷새 '핵심 서식지'가 한국 바다의 5분의 1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심 서식지 정보는 해상풍력발전소 입지를 선정할 때 활용될 전망이다.

19일 환경부 의뢰로 한국환경연구원(KEI)과 국립생태원이 수행한 '해상풍력 환경성평가를 위한 조류 공간이용 분석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연구에 따르면 괭이갈매기 핵심 서식지 면적은 약 1만5천981㎢로 나타났다.

2021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반 동안 국내 17개 지역에서 괭이갈매기 166마리에게 위치추적 장치(GPS)를 붙여 확보한 위치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핵심 서식지는 번식지와 먹이터, 이 둘을 잇는 경로로 구성된다.

한국 영해와 내수 면적을 더하면 8만6천4㎢다.

한국 바다 5분의 1 정도가 괭이갈매기 핵심 서식지인 셈이다.

아직 괭이갈매기 서식지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후 연구를 통해 핵심 서식지 면적이 넓어질 수 있다.

연구진이 괭이갈매기를 분석 대상으로 정한 것은 이들이 우점종(한 지역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거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종)이라서다.

바닷새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종과 집단으로 번식하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우점종의 핵심 서식지를 알면 다른 종의 핵심 서식지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국립생태원, 뿔제비갈매기 육추 기간 '헬퍼' 확인
(서울=연합뉴스) 작년 12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뿔제비갈매기가 육추 기간 '아이돌보미'를 두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립생태원이 19일 밝혔다.사진은 작년 4월 29일 괭이갈매기 무리 사이에 둥지 튼 뿔제비갈매기의 모습.2023.3.19 [국립생태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연구진은 올해 5월까지 확보한 위치정보 데이터를 추가해 최종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후승 KEI 연구위원은 "시기에 따라 해양성 조류에게 중요한 지역이 바뀌기 때문에 2년 치 데이터를 수집한 것"이라면서 "큰 틀에서는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안마도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대한 환경성 평가에 활용됐으며, 앞으로 해상풍력 사업자가 입지 후보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때 쓰일 전망이다.

'해상풍력발전 환경성평가 협의 지침'은 해상풍력발전소 입지를 선정할 때 생물다양성, 환경 민감도, 입지 정보도 등을 활용해 해양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류의 이동 경로와 서식지에 대한 분석은 사업자 조사를 검토하는 기관의 전문성에 의존해왔다"라며 "이번 용역을 통해 사용자료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바닷새 핵심 서식지가 해상풍력발전소 입지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핵심 서식지라 해서 입지 선정에서 무조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해상풍력단지를 짓는 과정에서 바닷새 행동권을 침해하는 경우 저감·보상방안을 병행하기도 한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해상풍력단지를 만들 때 '세가락갈매기 호텔'(kittiwake hotel)이라는 이름의 인공번식지를 조성한다.

바닷새 핵심 서식지 정보는 해상풍력발전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민 피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바람이 셀수록 어족자원이 풍부해지고 바닷새가 많아진다.

해상풍력발전소를 짓기 유리한 곳과 어업에 종사하기 좋은 곳이 겹친다는 뜻이다.

전남도 해상풍력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지난 4월 확정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작년 9.2%에서 2030년 21.6% 이상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13%에서 40%로 확대될 예정인데, 특히 정부는 해상풍력발전을 중심으로 풍력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세계적으로도 해상풍력발전 용량은 2020년 기준 35GW(기가와트)에 달하며 2030년까지 228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honk0216@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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