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금리도 매력 없다?…20대 70만명 알짜적금 손절한 까닭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3.06.21 19:19:16
입력 : 2023.06.21 19:19:16
빚 못 갚는 ‘부실 청년’ 급증
20대 서민대출 대위변제율 사상 최고
적금 깨는 20대들
청년희망적금 해지 68만명(24%) 달해
20대 서민대출 대위변제율 사상 최고
적금 깨는 20대들
청년희망적금 해지 68만명(24%) 달해

20대 청년층이 정부가 저소득·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대출 상품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서민전용 대출을 받은 뒤 원리금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율도 20대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코로나 사태로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데다 다른 연령층보다 고금리와 경기둔화로 더 큰 타격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목돈 마련을 위해 설계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 4명 중 1명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 중도 해지 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양정숙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근로자햇살론, 햇살론유스, 햇살론뱅크, 햇살론15, 최저신용자특례보증 등 7개 주요 서민 금융 대출 신청자 총 292만5555명 중 20대 이하 신청자가 102만9234명 (35.3%)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30대(26.9%), 40대(20.4%) 순이었다. 신청 후 승인률은 상품마다 다르지만 평균 94%에 달했다.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도 전체 신청자(5711명) 중 20대 비중이 12.7%(725명)였다.
대출 부실도 20대가 가장 심각했다. 지난 3월 기준 근로자햇살론의 20대 대위변제율은 11%로 집계됐다. 이어 30대(10.7%), 40대(10.3%), 50대(10%), 60대(8.6%), 70대 이상(8.1%) 등 순이었다. 정부는 차주들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은행에 보증 비율 만큼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를 한다. 최근 1~2년간 30대를 포함해 다른 연령대의 이 수치는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20대는 2020년 10.2%에서 2021년 10.5%, 2022년 10.7%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코로나 사태를 전후로 서민금융 상품에 청년 신청자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덩달아 연체도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20대는 금융거래 이력이 적은데다 소득이나 신용점수도 낮아서 시중은행 대출을 받기 쉽지 않다”며 “코로나 시기를 지나고 고물가와 고금리로 20대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것도 서민 대출 상품 이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국은 물론 그 이후에도 청년들의 고용 불안정이 심해지면서 상환 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많다. 코로나와 저금리 기조 속에 청년 ‘빚투’나 ‘영끌’ 투자가 퍼지면서 과거보다 대출이 많이 실행된 측면도 있다.

청년층의 대위변제율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민 전용 상품은 시중은행보다 최근 연체율이 상승세인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 상호금융, 인터넷은행 등에서 적극적으로 취급하고 있어 이들 은행은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양 의원은 “정부의 정책 금융상품에 20대 신청자가 많고, 그에 비례해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는 취업난과 관련이 있다”며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청년세대들의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1년 여 전 ‘가입대란’까지 불렀던 청년희망적금을 중도해지한 사람이 최초 가입자의 24%에 달한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년희망적금은 2년 만기를 채우면 최대 연 10% 금리효과를 얻도록 설계됐고, 정부 최초 예상 수요인 30만명의 7.6배 많은 약 290만명이 최초 가입한 상품이다. 하지만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결국 해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청년희망적금 운영 현황’에 지난해 2월 출시 당시 최초 가입자는 289만5546명이다. 하지만 지난 5월말 기준 중도 해지자수는 68만4878명이다. 중도 해지율이 23.7%에 이른다.
특히 월납입대별로 중도해지율의 편차가 컸다. 월 10만원 미만을 납인한 사람의 중도 해지율이 49.2%로 가장 높았다. ‘월 10만원 이상~20만원 미만’은 해지율이 48.1% 였고 ‘월 20만원 이상~30만원 미만’이 43.9%, ‘월 30만원 이상~40만원 미만’이 40.3% 였다. 이들의 납입액별 최초가입자수는 20만명 전후였다.
반면 납입 한도인 월50만원을 꽉 채운 청년들의 중도 해지율은 14.8%로 가장 낮았다. 이 계층에서 가입한 숫자가 14만명이 넘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월 40만원 이상~50만원 미만’도 해지율은 17.3%를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 경제상황, 급전 수요가 많은 2030세대 특징과 맞물리면서 애초에 여력이 되는 청년들에게 유리한 상품이었다는 점이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비슷한 취지로 최근에 출시된 청년도약계좌도 중도해지 변수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년희망적금은 만기 2년 상품이지만 청년도약계좌는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하려면 5년간 납입해야 한다.
강 의원은 “청년도약계좌는 청년희망적금 문제를 반면교사 삼아 수시로 상품을 점검해 생활·주거 안정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의 실질적 중장기 자산 형성을 도울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