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영원무역] ④ 노스페이스 부활에도 웃지 못하는 성가은
입력 : 2023.07.11 08:30:07
제목 : [유통진단] [영원무역] ④ 노스페이스 부활에도 웃지 못하는 성가은
최대 실적 달성하고도 효율 '글쎄'…노스페이스 올인 25년 '명과 암'[톱데일리] 한때 10대 학부모 사이 '등골브레이커'로 불리던 노스페이스가 아웃도어 열풍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덕분에 국내 노스페이스 사업을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세부 지표를 보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대 실적 속에서도 재무 항목은 뒷걸음질 치고, 경업금지에 대한 실질 수혜도 얻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영원아웃도어를 이끄는 성가은 부사장의 고심도 깊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엔데믹' 수혜 입었으나…갈 길 먼 과거 영광 재현
영원무역홀딩스의 자회사 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7640억원의 매출과 18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 전년대비 각각 40.3%, 37.1%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야외 활동이 급증하면서 아웃도어의 대표 격인 노스페이스 브랜드가 재인기를 누리는 현상이 이어진 영향 덕이다.
영원아웃도어의 성과는 국내 대표 아웃도어 기업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케이투(K2)코리아(4246억원), 비와이엔블랙야크( 3376억원), 네파(3295억원) 등은 영원아웃도어에 한참 못 미치는 매출을 냈다. 그나마 블랙야크 브랜드만 전년 대비 17.2%의 매출 신장을 이끌어냈고, 나머지는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유례 없는 호황을 누렸지만, 영원아웃도어 또한 마냥 안도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원가만 2000억원을 넘겼다. 전년보다 51.9% 뛴 수치다. 판매관리비도 덩달아 늘어나 377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36.2% 증가했는데, 이중 3000억원 넘는 비용이 노스페이스 로열티 등 관련 수수료로 빠져나갔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3.9%로 전년 24.4%보다 오히려 소폭 떨어졌다. 2004~2008년 초기 전성기 시절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재무 지표들을 살펴봐도 비용 증가 흐름은 부각된다. 지난해 영업 이외의 기타수익 240억원, 금융수익 72억원도 냈지만, 특히 기타비용에서 외환차손과 환산손실로 100억원 이상 발생했고 법인세도 1년새 395억원에서 536억원으로 부담이 늘어 순이익은 1454억원 달성에 그쳤다. 기타포괄손익은 -21억원을 기록했다.
이익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 기업의 총자산과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 가늠하는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예전보다 뒤처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ROA는 19.0%, ROE는 24.3%였지만, 한창 노스페이스가 인기를 누리던 2004년 영원아웃도어의 ROA 30.2% ROE 43.5% 기록엔 한참 못 미친다.
◆ 재고자산·매출채권 급증→현금흐름 악화
지난해 자산의 변화를 살펴보면 매출 증가 속도 이상으로 재고가 급증한 점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기준 영원아웃도어의 재고자산은 1392억원으로 전년(786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재고자산의 88.7%는 최종 완성품 상태인 상품재고(1234억원)로 확인된다. 전년(628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늘어난 재고만큼 손실 증가 등 재무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재고자산에서 평가충당금으로 226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10년 전 재고자산에서 800억원대 평가충당금이 발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안정을 찾았지만, 수 년에 걸쳐 줄어들던 충당금 손실액이 지난해 기점으로 4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재고자산 회전율도 지난해 5.5회로 전년(6.9회)보다 떨어졌다. 케이투코리아, 비와이엔블랙야크, 네파 등 아웃도어 기업들의 재고자산 회전율(2~3회)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같은 기간 비와이엔블랙야크, 네파 등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지난해 재고자산은 매출 증가에 따라 같이 커졌고 차기 매출 신장에 대비, 제품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부분도 반영됐다"며 "현재 재고자산은 시즌·연도별로 규모를 파악하고 있고, 재고에 따른 일부 금액을 충당금으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두 가지 지표가 동시에 늘 경우 현금흐름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영원아웃도어의 지난해 매출채권은 1년새 618억원에서 993억원으로 급증했다. 통상 매출채권은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으로 외상 거래대금을 뜻한다.
실제로 지난해 영원아웃도어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은 크게 줄은 것으로 확인된다. 2020년 1027억원, 2021년 1322억원씩 현금이 창출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760억원으로 1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예전만큼 사업 활동은 순조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성자산도 1468억으로 전년(1353억원) 대비 8.5% 성장에 불과했다. 예금 등 단기금융상품(2790억원)을 포함하면 4257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전년(4061억원)보다 4.8% 증가에 그쳤다.

제품 생산 활동을 확대하면서 매입채무가 불어난 점도 일부 재무적 부담을 야기하는 지점이다. 매입채무는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비용으로 쉽게 말하면 외상과 같은 빚이다. 지난해 매입채무 규모는 252억원으로 전년(124억원)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는데, 2013년 287억원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다.
매입채무 등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지난해 말 1579억원으로 전년(1191억원) 대비 32.6% 는 것으로 나타난다. 유동부채 증가폭이 유동자산 증가폭(23.0%)보다 커져 지난해 유동비율은 436%로 전년 대비 33%포인트(p) 하락했다. 유동성은 안정적인 편이지만 최대 실적 속에서 재무 조건이 뒷걸음질 친 것은 결점으로 꼽힌다.
이외 무형자산은 현재 18억원 상당으로 매년 축소하는 추세다. 2019년 영원아웃도어의 무형자산은 48억원 상당이었으나 매년 개발비와 프로그래밍 등 10억원 이상 상각이 발생하며 무형자산이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디지털 역량이 유통업에서도 화두로 떠오른 만큼 무형자산 축소는 미래 경쟁력 확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노스페이스 외 브랜드 다각 화 '골머리'
이런 상황에서 노스페이스 외 브랜드 다각화 금지는 사업 확장의 족쇄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영원아웃도어는 1997년 판권을 보유한 일본 골드윈과 브랜드 계약을 체결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노스페이스 판매에 의존하며 사업을 이어왔다. 경업금지 조항에 묶인 태생적 한계로 다른 브랜드도 런칭할 수 없었다.
당초 영원아웃도어는 처음부터 국내 노스페이스만 전문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었다. 골드윈과 1992년 합작 설립한 '골드윈 코리아'가 전신이다. 현재도 영원무역홀딩스 59.3%, 골드윈 40.7% 지분으로 구성돼 있어 지난해 배당금으로만 영원무역홀딩스에 317억원, 골드윈에 218억원을 지급했다.
최근 영원무역그룹이 관계사인 골드윈(영원무역 8.66%, 영원무역홀딩스 2.90%)으로부터 경업금지 해제를 보장받았지만, 영원아웃도어는 제외되면서, 국내 영원아웃도어 사업을 총괄하는 성가은 부사장의 미래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 영원무역홀딩스만 경업이 해제되는 계약 변경으로 홀딩스를 이끄는 언니 성래은 부회장에게만 브랜드 다각화 기회가 주어졌다.
영원아웃도어는 경업금지에 따른 브랜드 다각화 한계가 여전한 만큼, 앞으로도 타 기업보다 신규 사업 투자나 인수합병(M&A) 추진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은 4000억원이 넘지만, 경업금지가 유지되는 조건에서 이를 적절히 활용할 투자 방안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해당 기사는 톱데일리(www.topdaily.kr)에서 제공한 것이며 저작권은 제공 매체에 있습니다. 기사 내용 관련 문의는 해당 언론사에 하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 True&Live 증시뉴스 점유율1위, 인포스탁(www.infostock.co.kr)
기사 관련 종목
04.11 13:01
영원무역홀딩스 | 89,200 | 800 | -0.89% |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한전산업(130660) 소폭 상승세 +4.88%
-
2
인기검색 20종목
-
3
코스닥 하락률 상위 20종목(직전 30분 기준)
-
4
니케이지수(일본) : ▼1,247.77엔(-3.61%), 33,361.23엔 [오후장출발]
-
5
신성델타테크(065350) 소폭 상승세 +3.13%
-
6
니케이지수(일본) : ▼1,460.55엔(-4.22%), 33,148.45엔 [전장마감]
-
7
와이랩(432430) 상승폭 확대 +11.40%
-
8
뷰노(338220) 소폭 상승세 +3.61%
-
9
동화기업(025900) 소폭 상승세 +3.07%
-
10
한화비전(489790) 소폭 상승세 +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