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진단] [영원무역] ⑥ CVC 진출이 쏘아 올린 주주 불신
입력 : 2023.07.13 08:30:08
제목 : [유통진단] [영원무역] ⑥ CVC 진출이 쏘아 올린 주주 불신
400억 출자 후 현금 부족…'불성실법인→배당컷→주주제안 삭제' 3연타[톱데일리] 영원무역홀딩스가 올 초 당초 약속과 달리 배당 성향을 갑자기 낮추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배당 정책을 변경한 결정적 배경으로 성래은 부회장이 신사업으로 낙점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지목, 영원무역그룹과 일부 주주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 배당 성향 늘리겠다더니…약속 저버린 홀딩스
영원무역홀딩스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갑작스런 배당 정책 변경으로 소액주주들로부터 반발을 야기했다. 사전 예고 없이 배당 정책을 개편했는데, 이전보다 배당성향이 낮아지는 등 기존 정책 대비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이 줄어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주총을 한 달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기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의 10%'에서 배당하던 것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50%' 내외로 바꿔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내용의 깜짝 공시를 냈다. 투자재원확보, 현금흐름, 주주가치 재고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영원무역홀딩스 관계자는 "지주사의 경우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배당하는 것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고 또한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현금흐름 수요 등이 전반적으로 고려됐다"며 "2022 사업연도 정기배당은 변경된 배당 정책 외에 변경 전 배당 정책상의 원칙도 준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당 정책을 바꾸기 전이라면 지난해 지배 소유주지분 순이익 4408억원에 따라 주주에게 지급될 총 배당금은 440억원(주당 배당금 3790원) 수준이었지만, 배당 정책이 바뀌면서 총 배당금은 354억원(주당 배당금 3050원)이 지급됐다.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이 줄어든 셈이다.
배당 정책 변경 이후 배당성향도 하락했다. 지난해 별도기준 배당성향은 66.1%로 최근 몇 년간 수치와 비교해 가장 줄어든 규모다. 영원무 역홀딩스는 2019년부터 배당을 급격히 늘리며 2021년엔 배당성향 98.4%로 거의 100% 가까운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노스페이스 등을 판매하는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의류 업계 호황으로 연결기준 매출 4조5339억원, 영업이익 1조22억원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거뒀다. 특히 배당과 직접 연관되는 순이익이 8981억원으로 전년(4468억원) 대비 2배 급증한 만큼, 배당금도 2배 가까이 올릴 것이란 주주들의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특히 배당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이전의 약속을 저버렸기에 주주들의 허탈감은 더욱 컸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발간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동이 없다면 연결 기준 배당성향을 10%대로 유지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배당성향을 상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속과 달리 배당성향 유지는 지켜내지 못했다.
새로운 배당 정책을 발표한 시기도 소액주주 사이 논란을 낳았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주 명부는 연말에 작성되기에 적어도 지난해 말 배당 삭감에 관한 내용을 공시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또 앞서 영원무역홀딩스는 자회사 영원아웃도어의 중간배당에 대한 지연공시 이유로 지난해 10월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던 터라, 주주 불만은 더욱 고조됐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금융감독원의 벌점이 부과되고 1년간 누적 벌점 15점 이상이 되면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들의 주주제안 활동에도 제약이 생겼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정관 제21조에 명시돼 있는 주주제안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의안을 승인했다. 기존 발행주식총수 1% 이상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현재 정관 규정상 해당 권리는 사라졌다.
영원무역홀딩스는 통상적인 상장사 표준 정관 규정을 반영한 결과라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소액주주 반발에 대응하기 위한 처사로 보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최대주주 성기학 회장(16.77%)과 성래은 부회장(0.03%) 등이 주요 개인 주주로 있지만 27.2%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힘을 간과할 순 없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투자사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분 1% 남짓으로 SM엔터테인먼트 감사 선임에 성공하는 등 소액주주가 주총에 안건을 상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백화점그룹도 36.08%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갖고도 최근 주총에서 소액주주 반대로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 분할하는 안건이 부결되며 홍역을 치렀다.
◆ 성래은 낙점한 CVC, 현금 고갈 결정타
관련 업계에선 영원무역홀딩스가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배당 정책을 바꿔 배당액을 축소 한 원인이 '현금 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별도기준 영원무역홀딩스는 투자 활동에서만 500억원 넘는 현금이 유출됐다. 대규모 비용 발생으로 연초 610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35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는 지난해 영원무역그룹이 벤처캐피털 사업에 진출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521억원이 발생한 투자 현금 유출에서 400억원 상당은 '영원무역홀딩스 벤처캐피털(YOH CVC)' 출자로 사용됐다. 기존 노스페이스와 해외 브랜드 주문자위탁생산(OEM) 등에 국한된 사업 대신 미래 먹거리로 벤처캐피털에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지난해 3월 영원무역홀딩스는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YOH CVC를 설립했다. 영원무역홀딩스를 이끄는 성래은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와 친환경·특수 소재, 자동화 분야를 중심으로 직접 투자하는 한편 출자자(LP)로도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올해 초 배당을 축소한 직간접적 원인이 벤처캐피털 설립에 있었던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성기학 회장의 차녀이자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있는 성래은 부회장이 승계 구도를 확고히 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회장 취임 3달여 만에 YOH CVC를 차린 것이 결과적으로 현금 부족 사태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YOH CVC는 설립 후 지난해 7월 85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출범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YOH CVC는 최근 미국 폐섬유 재활용 스타트업 설크(Circ)에 투자했다. 2500만달러(약 3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로 참여했다. 올해 1분기 기준 YOH CVC 1호 펀드는 순이익 6억원을 냈지만 총포괄손실은 20억원을 기록했다.
배당 축소 발표 이후 하락한 주가가 최근 상승세로 전환하며 관련 리스크를 일부 해소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원무역홀딩스 주가는 올해 3월 배당 정책 공시 이후 7만2900원에서 1달여 만에 6만원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주가가 오르며 이달 초 장중 8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원무역홀딩스 관계자는 "미래 비즈니스 기회를 물색하고 급변하는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CVC를 설립했다"며 "YOH CVC는 친환경 소재, 자동화 기술 분야, 브랜드 및 ESG 혁신 기업 등에 투자함으로써 그룹 사업 전반의 사업적 시너지 창출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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