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해마다 긴 연휴가 찾아오면 ‘올빼미 공시’가 기승을 부린다. 기업에서 연휴 기간에 증시가 안 열리는 틈을 타 악재성 정보를 쏟아내는 것이다.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올빼미 공시를 제도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번 설 연휴 동안에도 이러한 공시가 올라올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당부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에도 증시 폐장 후 계약 체결 규모를 줄이거나 회사 분할 소식을 알리는 등 부정적인 내용의 공시가 올라왔다. 국내 증시가 2022년 12월29일 폐장해 3일 간 긴 휴장에 들어가자 이를 노린 올빼미 공시로 보인다.

올빼미 공시는 상장사가 주가하락을 피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투자자의 주목도가 비교적 낮은 시점에 회사에 불리한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는 것을 가리킨다.

12월29일 폐장 후 금감원 전자공시에는 총 273건의 공시가 나왔다. 이는 이날 공시된 총 660건 중 41.36%에 달한다.

증시 휴장일이었던 다음날(30일)에는 공시가 총 557건 쏟아졌다. 또 1시간 늦게 개장한 새해 첫 개장일(2일)에도 개장 직전까지 24개의 공시가 나왔다.

이 중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았던 악재성 올빼미 공시는 50건 정도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28건 ▲전환가액 조정 7건 ▲대표이사 변경 4건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3건 ▲회사분할 결정 1건 등이다.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중에서는 이전에 체결했던 판매금액이 줄었다는 내용의 정정 공시가 다수였다.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인 비츠로셀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츠로셀은 지난 30일 3건의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정정 공시를 냈다. 2019년 12월 배저 미터(Badger meter)와 체결했던 스마트미터용 리튬 1차전지 판매금액이 기존 178억원에서 111억원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 대비 62.5% 이행된 셈이다.

또 2019년 12월, 2021년 4월 ‘뮐러 시스템(Mueller Systems)’, ‘피에트로 피오렌티니(Pietro Fiorentini)’와 각각 맺은 리튬 1차전지 판매금액도 당초 계약금 대비 60.3%, 69.2% 이행된 후 계약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3건 정정공시 사유는 모두 코로나19 팬데믹과 반도체 수급 불안에 따른 고객사 생산 차질이다.

같은 날 파라텍은 회사분할 결정 공시를 냈다. 설비사업 부문을 단순·물적분할해 휴림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휴림엔지니어링이 설립될 경우 발행되는 지분 100%가 파라텍에 배정되지만 알짜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은 기존 회사의 가치를 희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부정적인 재료로 인식되곤 한다. 실제로 해당 공시가 나온 후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파라텍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59% 내린 73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추석 연휴 직전인 전날 장 마감 이후 107건의 공시가 이뤄졌다. 당시 메디콕스는 제17회차 전환사채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발행주식총수 대비 5.07%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환청구권행사는 통상 물량 부담을 유발하기 때문에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설 연휴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뜸한 시기를 틈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올빼미 공시가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문가는 올빼미 공시를 제도적으로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빼미 공시는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맹점을 악용하는 케이스”라며 “나쁜 의도를 가지고 폐장 후 공시했다는 걸 입증하기 어렵고, 이를 통해 피해를 봤다는 것 역시 증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휴장일 직후 첫번째 매매일 하루 간 공시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 연휴 기간 올라온 공시를 재공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