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북미 수출 비중이 높은 의류주가 달러 약세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로 목표가 하향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대표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영원무역과 한세실업 주가는 원화값 상승 우려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영원무역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해 11월 중순 대비 10.71% 급락했다. 한세실업 주가도 같은 기간 1.49% 하락했다.

증권사들도 의류주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영원무역 목표주가를 기존 7만원에서 6만4000원으로 9% 하향 제시했다. 대신증권은 영원무역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7만6000원으로 5% 낮췄다. 한세실업 목표주가도 2만1000원으로 기존보다 9% 낮춰 잡았다. 하나증권은 한세실업 목표주가를 기존 2만3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의류주는 달러 약세 전환으로 올해 매출, 영업이익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 업체들에서 주문을 받아 의류를 제작해 수출하는 의류 OEM업체들은 매출이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달러당 원화값이 상승(환율은 하락)하면 매출이 줄어드는 구조를 갖고 있다. 더욱이 원·부자재는 달러로 약 2개월 전에 선주문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시기에는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로 올해 글로벌 의류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의류주 실적이 올 1분기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03% 하락한 1298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세실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49%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평균 환율 하락, 유럽 소비 둔화, 역기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영업이익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송이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올 상반기 달러 주문이 줄어들어 매출이 감소하고, 원재료 매입 시점차로 영업이익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세실업의 실적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한세실업이 생산하는 니트 원단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경기침체기에 더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한세실업은 티셔츠, 후드 등 기본 의류 아이템에 사용되는 니트 원단을 갭(GAP), 올드네이비, 타겟, 월마트, H&M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경기가 안좋으면 판매 단가와 재고를 낮추려고 해 OEM 업체들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의 주력 제품인 일반 의류 제품의 소비는 경기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쟁사에 비해 실적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원무역은 아웃도어 스포츠 의류, 다운자켓 등 기능성 의류에 필요한 원단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들 의류는 비교적 경기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원무역 제품은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콜롬비아 등에 주로 납품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영원무역의 경우 의류 OEM 업종 내 4분기 실적이 가장 우수하며, 협력업체가 원하는 신제품을 단기간에 고품질로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1분기 반등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반기 의류 업황이 저점을 찍고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내에 재고 조정이 일단락돼 하반기부터 주문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