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시즌 돌입...‘어닝 쇼크’에도 증시 낙관론 점점 커져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3.01.24 14:51:12
국내 상장사들이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돌입하면서 연초부터 진행돼온 ‘1월 효과’가 지속될 지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설 연휴 국내 증시가 휴장하는 동안 미국 기술주가 폭등하면서 증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라 기업들이 실적 발표와 함께 내놓는 각종 전망치들이 상반기 증시를 가늠할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전자부품주가 25일 실적을 내놓는다. 이어 2차 전지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와 포스코케미칼, LG그룹 전자 계열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다음주부터는 지난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던 플랫폼 대표기업들과 SK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이 예고돼 있다. 내달 3일에는 네이버, 10일에는 카카오가 실적을 발표한다. SK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1일) SKIET(6일) SK바이오사이언스(8일)의 실적이 나오면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주요 업종의 전망을 예측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기업 중 작년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은 곳은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정도다. 증시 비중이 큰 전자,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이번주와 다음주 실적을 내놓는 만큼 향후 증시 방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작년 4분기 실적이 1년 전과 비교해 전반적인 실적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기업들이 금리인상, 공급망 재편,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 악재에 짓눌렸던 시기라 절대 수치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어닝 쇼크’가 주가 급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 이후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며 “보통 주가는 2~3개 분기 앞을 내다보기 때문에 실적 턴어라운드 힌트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초 5만55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어닝 쇼크’ 실적 발표 전부터 오리기 시작해 지난 20일에는 6만1800원으로 11% 껑충 뛰었다. 설 연휴 기간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반도체 관련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에 삼성전자 등 국내 기술주들도 일단 낙관론이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당장 이번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기 역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1년 전 대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점치고 있다. 이달 들어 6곳의 증권사가 삼성전기에 대한 전망을 내놨는데 3곳이 적정주가를 상향했고 3곳은 보합을 유지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PC, TV, 전장용 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전기는 경기 흐름과 함께 움직이는 전자기기 수요에 주가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주요 경기 지표들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자 제품 소비, MLCC 수출입 등 주요 지표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감이 선반영되고 있다”며 “특히 강력한 방역 정책으로 연중 크게 부진햇던 스마트폰 반등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5만5000원에서 18만원으로 상향했다.

지난해 코스피가 전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글로벌 금리인상이 멈추고,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해지면 지난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는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달러 약세 전환과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인만큼 상반기에 어느 정도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이 하나 둘씩 많아지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의 반등은 하반기에 대한 자신감에서 완성될 것”이라며 “중국소비재, IT 하드웨어, 소재와 같은 중국 경기 모멘텀이 첫 번째 수혜 대상이 될 것이고, 금리가 낮아졌으니 성장주의 반등 및 로봇, AI와 같은 중소형 성장, 테마 종목도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크로 경기 반등과는 별개로 증시를 대표하는 전자 2차전지 업종에서는 개별 기업의 이슈가 불거진 곳들이 많은 점은 불안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애플을 주 고객으로 두고 있는 LG이노텍은 이달 들어 10개의 증권사 중 5곳이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LG이노텍은 통상 신제품 출시가 없는 상반기에는 주가 상승 모멘텀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중국 폭스콘 생산차질에 따른 출하부진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쳤다는 설명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비수기 진입에 따른 신제품 출시효과 축소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여력 감소 등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실적은 전년대비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는 물론 올해 1분기도 실적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적정 주가는 하향한 곳들이 다수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리튬가격 하락을 가정해 양극재 판가를 1~3% 하향했고, 영업이익률도 0.2%~0.4%도 하향했다”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도 리튬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9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74%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 양극재 출하 둔화에 따른 4분기 출하량 감소와 가격 하락 때문”이라고 말했다. 1분기말~2분기초까지 양극재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추가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 전체적으론 1월 효과가 예상보다 큰 만큼 본격적인 반등에 앞서 어느 정도 조정이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2400 안팎까지 단기간에 상승한 코스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올 상반기에 2600를 크게 웃도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코스피 2600은 대부분 증권사가 올해 최고점으로 예상한 수준이다.

하반기 증시는 올 1월과 2월 매크로 변수와 기업실적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온 이후에야 제대로 된 관측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증권가는 컨센서스를 내놓고 있지만) 기업은 당장 2분기 실적이 어느 정도 될 지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증시가 상저하고가 아닌 상고하고라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하반기 달러 가치가 다시 강해질 가능성이 있고,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등 중국의 리오프닝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증시가 다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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