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도 한숨 쉬는 이통3사

입력 : 2023.08.09 15:59:49
제목 : '최대 실적'에도 한숨 쉬는 이통3사
다사다난했던 상반기 마무리…올해 영업익 5조원 달성할까

[톱데일리] 국내 이동통신 3사(이하 이통3사)가 올해 상반기 유례 없는 호실적을 달성하고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28㎓(기가헤르츠) 완전 철수와 허위 광고 역풍으로 인한 과징금 부과 등 각종 리스크들로 인해 어느 때보다 험난한 경영 활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 상반기 영업익 2.5조 달성…연말 5조 도전 '글쎄'

올해 2분기 이통3사의 연결기준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조1672억원) 대비 13.7% 증가한 1조3275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분기 합산 영업이익 최대치에 해당한다. 각사별 영업이익은 KT 5761억원, SK텔레콤 4634억원, LG유플러스 2880억원 순으로 3사 모두 전년 대비 상승했다.

이통3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 1조2411억원을 합치면 상반기에만 2조5000억원이 넘어 상반기 합산 실적도 역대 최대 수준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KT가 경영 공백 속에서 22.4% 하락하는 등 일부 부진했지만 통신 업계 전반적으론 상반기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관련 업계에선 이통3사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5조원 돌파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21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4조원을 돌파한 이통3사는 지난해에도 합산 영업이익 4조383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록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통3사의 영업이익 5조원 돌파를 아직 시기상조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각사별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SK텔레콤이 1조7598억원, KT 1조7824억원, LG유플러스 1조1008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합산 추산치는 4조643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이통3사의 실적 호조는 3000만명을 돌파한 5G 가입자 증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5G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기준 약 3076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270만명이 5G에 가입했다. 같은 기간 LTE가 91만명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두드러진 성과다.

대용량 데이터 기반 5G 요금제는 기본적으로 10만원이 넘어 LTE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5G 가입자가 증가할수록 이통사들의 무선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증가해 영업이익 상승에 직결된다. 지난달 공개된 삼성전자의 신형 갤럭시 Z폴드와 Z플립 출시로 하반기 5G 가입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외에도 정부 규제 속 도입된 5G 중간요금제가 의외의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통3사는 정부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5G 중간요금제를 줄줄이 출시했다. 데이터 31~120GB(기가바이트) 용량 구간 제품을 5~6만원대 내놓으면서, 일각에선 이통사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5G 가입자 수 증가세를 이끌었다.

각사별 탈(脫)통신 전략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클라우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신사업이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면서 이익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이통3사는 2년여 전부터 앞다퉈 탈통신을 외치며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발굴에 매진해 왔다.



◆ 28㎓ 아웃·과징금·ESG등급 하락, 험난했던 통신업

하지만 상반기 최대 실적 달성을 달성하고도 이통3사는 안심하기 이르다. 이통3사에 막 대한 이익을 안겨준 5G 운영이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통3사의 투자 전략상 인프라 확장 한계로 불편을 겪은 일부 고객들과의 5G 품질 불량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상반기를 끝으로 '진짜 5G' 속도를 구현할 것으로 기대되던 28㎓ 주파수 운영에서 KT, LG유플러스, SK텔레콤 모두 설비 투자 부담에 못 이겨 해당 대역망을 정부에 반납하고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서비스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특화 서비스로 지목된 5G 전용 SA(단독모드) 서비스의 국내 도입은 지지부진하다.

올해 상반기 중 5G 사업은 불공정거래 리스크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5G 속도를 기만적으로 광고하고 각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광고한 혐의로 이통3사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336억원을 부과했다. 당초 'LTE보다 20배 빠르다'던 5G 속도는 정부 조사 결과 5.9배 빠른 정도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이통3사 ESG 등급이 내려가는 등 기업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여지가 생겼다. 7월 초 한국ESG기준원은 표시광고법 위반행위 등을 이유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모두 S(사회적) 부문에서 한 등급씩 내렸다, 조정 이후 3사 등급은 SK텔레콤 A, KT와 LG유플러스는 B+다.

◆ 알뜰폰의 위협…5G 요금제 다변화 '골머리'

이런 상황에서 LTE 중심의 알뜰폰 업계가 이통3사의 5G 사업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몸집이 커지는 것도 중장기적 불안 요소다. 최근 알뜰폰 중소사업자들이 '0원 요금제' 등 치열한 마케팅 경쟁으로 기존 5G 가입자를 낚아 채고 있다. 현재 1400만명이 넘은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 1년 동안에만 281만명이 증가했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 비중은 전체 무선통신 시장에서 18%까지 차지한 반면, 통신업 1위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40%대 점유율이 깨지면서 39.9% 점유율로 내려온 후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현재 21% 점유율의 LG유플러스도 향후 알뜰폰에게 밀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5G 가입자는 늘어가는 반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떨어지는 것도 고민거리다. ARPU는 KT가 전분기 대비 0.5% 상승한 3만3948원이지만, SK텔레콤은 올해 2분기 3만원 선이 깨진 2만9920원, LG유플러스는 지난 2021년 3분기부터 7분기 연속 하락세로 2만8304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요금제 선택권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향후 이통3사의 실적이 부진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들어 5G 중간요금제 출시가 있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요금제가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5G 요금제의 최저 구간 요금을 월 3만원대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진원 SK텔레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 시점에서 정부 규제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추정하기에는 어렵지만 일정 부분 매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전체 실적을 견조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5G라는 사업적 특수성과 단순 업황 영향 이외에도 이통사들은 각각 회사가 처한 무거운 이슈들로 현재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사임 후 초유의 최고경영자(CEO) 공백으로 장기간 경영 마비 상황이고, 최근 정부로부터 과징금 68억원을 부과받은 LG유플러스는 해킹과 고객정보 유출 사건의 수습 과정을 밟고 있다.

이를 조용히 지켜보는 SK텔레콤은 굵직한 사건 없이 반년의 성과를 마무리했지만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1년 SK스퀘어와 분할한 이후 AI(인공지능) 기업 전환 등을 선포했지만, AI 테마주들이 뜨는 동안에도 SK텔레콤 주가는 지속 내리막을 달리며 지난달 10일에는 52주 최저가 4만3300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중 2000억원 규모를 소각하기로 결정했지만 뚜렷한 주가 반등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자사주 소각 발표가 있던 지난달 27일 종가기준 SK텔레콤 주가는 4만6300원으로 전날 종가 대비 3.1% 오르는 데 그쳤고 현재도 4만6000원대 수준이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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