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적자에도 '감산+투자' 투트랙 전략

입력 : 2023.08.17 08:30:08
제목 : 삼성·하이닉스, 적자에도 '감산+투자' 투트랙 전략
반도체 불황에 재고자산 증가…"하반기 추가 감산" 낸드플래시 회복 전망에 기술력 강화로 턴업 대비

[톱데일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반기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진 낸드 업황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지만 지속적인 감산으로 수익 저하를 막고, 동시에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상승 국면(턴업)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17일 삼성전자(DS부문)와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두 회사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재고자산은 각각 33조6896억원, 16조4202억원이다. 작년 말 대비 15.9%, 4.8%씩 늘어난 수치다. 늘어난 재고 만큼 실적도 좋지 않다. 두 회사는 올 반기 각각 8조9400억원, 6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양대기업의 적자를 두고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의 단가 하락과 판매 부진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2021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불황에 감산을 통한 공급량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수요 회복이 쉽지 않아 적자가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D램은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사양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은 데 반해 주로 PC, 스마트폰 등에 활용되는 낸드 수요 회복은 더딘 상태다.

양사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감산을 통해 적자 폭과 재고자산을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재고 정상화를 위해 하반기에도 감산을 지속할 예정이다. 특히 낸드 생산 추가 조정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또한 "낸드가 D램에 비해 재고 수준이 높고 수익성도 낮은 만큼 하반기엔 상반기 대비 5~10% 가량의 추가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도 감산을 지속하겠다면서도 연내 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D램과 낸드 재고 모두 5월에 정점을 기록한 이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도 "1분기를 저점으로 이제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 말부터 시작된 업계 감산에 따른 영향은 현재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에는 감산에 따른 효과가 상반기 대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추가 감산으로 수익 악화를 막고 동시에 기술력 제고 작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실적 악화의 맹점으로 꼽힌 낸드플래시 전략이 눈에 띈다.

업계에 따르면, 낸드 시장은 경쟁자 수가 많은 반면 업체 간 기술력 차이는 크지 않다. D램에 비해 구조가 간단해 기술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이다. 이런 이유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초격차 기술을 기반으로 타사를 압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마의 벽'이라 불리는 '300단' 적층을 최근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3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제품의 구체적인 개발 경과를 공개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완성도를 높여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성능의 8세대 V낸드 기반 데이터센터용 SSD 'PM9D3a'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이전 세대 제품(PM9A3) 대비 연속 읽기 성능과 임의 쓰기 성능을 2배 이상 개선됐고, 전력 효율은 약 60% 향상시키는 등 현존 최고 성능의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000단 낸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회사의 초격차 노력은 이들이 연구개발비에 투입하고 있는 자금 규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상반기 총 연구개발 비용은 13조7779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1779억원) 대비 8% 이상 확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실적 악화 속에서 매출 대비 비중 또한 지난해 7.9%에서 11.1%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삼성전자의 부문별 세부 연구개발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반기 시설투자금(25조2593억원) 가운데 92%인 23조2473억원이 DS부문의 신·증설과 보완에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도 DS부문에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책임지던 사업군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절대적 금액으론 작년보다 3200억원 가량 적은 2조863억원을 연구개발에 썼다. 하지만 매출이 반 토막 난 점을 감안하면 매출 대비 비중은 오히려 9.6%에서 16.8%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양사 모두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오히려 연구개발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감산을 포함해 수익성 저하 방지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특히 힘든 시기지만 위기를 기회 삼아 이때 집중적으로 투자, 초격차 기술 확보로 업계 주도권을 잡아 나가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김재훈 기자 rlqm93@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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