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號 KT 초읽기, 구조조정說 '솔솔'

입력 : 2023.08.25 10:54:20
제목 : 김영섭號 KT 초읽기, 구조조정說 '솔솔'
30일 주총 '표대결' 관건…CEO 선임 후 방만경영 해결사 나설까

[톱데일리] 장기화 국면에 놓여 있던 KT의 경영 공백이 김영섭 차기 대표이사 선임과 함께 본격 해소될 조짐이다. LG CNS에서 화려한 구조조정 이력이 있는 김 대표 선임 이후, KT가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며 일각에선 '칼바람' 우려도 나오고 있다.

KT에 따르면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김영섭 대표이사 후보자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안을 의결한다. 앞서 김영섭 후보자는 구현모 전 대표 사임 이후 공석이던 KT의 차기 CEO 후임자로 이달 4일 내정됐다.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경쟁자를 제치고 KT 경영을 이끌 적임자로 선정됐다.

김 후보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LG CNS 대표로 활동한 이력을 바탕으로 KT가 집중하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환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LG CNS에서 활동하기 이전에도 LG유플러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하는 등 정통 'LG맨'으로 불린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CEO 선임안이 통과할 경우 김 후보자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다만 이번 의결부터 대표이사 선임 기준이 높아진 점은 변수로 꼽힌다. KT는 앞서 정관 개정으로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기존 참여 주식의 50%인 보통결의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했다.

현재 KT 최대주주는 국민연금(7.99%), 현대자동차그룹(7.79%), 신한은행(5.57%) 등으로 외국인 주주는 40%, 소액주주는 35% 수준이다. 의결 기준 상향으로 최대주주가 반대표를 던지면 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글래스루이스와 ISS 등 양대 글로벌 자문기관이 김 후보의 선임안을 찬성하는 등 현재로선 낙관론이 우세하다.

김영섭 후보가 KT 차기 CEO로 선임된다면 그동안 미뤄졌던 대규모 인사와 함께 대대적인 쇄신이 이뤄질 전망이다. KT는 최근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 공백 등으로 지난 2021년 11월 이후 50곳 넘는 계열사의 임원 인사를 하지 않았다. 승진 대기인 상무보급 임원만 4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KT의 정기 인사가 통상 매년 11~12월에 행해졌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3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내년도 인사 시점과 간격을 두기 위해 김 후보가 공식 임기에 돌입한 직후 인사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빠르면 30일 CEO 선임 직후 이달 말 인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동시에 김 후보자가 취임 이후 강도 높은 KT 구조조정에 착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 내정자는 2015년 LG CNS의 대표로 취임한 후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업무평가 제도를 도입해 인사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LG CNS가 보유하던 자회사 6곳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LG CNS의 태양광 사업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업 등이 정리됐다. 대부분 LG CNS와 직접 관련 되거나 신사업 추진을 위해 운영해왔지만 제대로 된 실적을 내지 못한 곳들이었다. 다만 김 후보자의 구조조정 추진으로 2015년 839억원의 LG CNS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3854억원 규모로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사실 김 후보자는 LG그룹에서도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등에서 기반을 다진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린 인물이다. 김 후보자의 선임은 KT도 구조조정에서 예외가 아닐 것임을 시사한다. 그간 KT는 '순혈주의'가 바탕된 방만경영이 문제로 지목돼 왔다. KT 임직원 수 는 본사만 2만명이고 그룹으로 따지면 6만여명이다.

같은 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 직원이 5500명, LG유플러스가 1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2만명이 일하는 KT는 인원 수 대비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셈이다. 통신 3사별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직원 1인당 매출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은 11억원, LG유플러스가 6억원인 반면 KT는 4.5억원 수준에 그친다.

KT 이사회 역시 김 후보의 체질 개선 효과에 기대를 걸고 대표 후보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KT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특성상 중장기 계획이 없어 CEO가 바뀔 때마다 전임 대표가 해왔던 사업이 정리되며 개편을 거듭해왔다. 외부 출신 전임인 이석채 전 회장은 부임 후 6000명, 황창규 전 회장도 8000명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KT 내부에선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KT 노조는 "김 후보는 선임 즉시 KT 구성원을 결집시켜 조직을 안정시키고 경영 현안을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단기 성과에 연연해 무리한 구조조정을 펼치거나 무분별한 외부 인사 영입에 의한 조직 운영으로 경영 안정성을 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후보자는 이미 KT '새판짜기' 구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자는 내정 이후 경영지원부문, 그룹경영실, 주요 사업본부와 스탭본부 등 KT의 주요 조직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KT의 낮은 영업이익률(지난해 기준 6.6%)과 과도한 비용 지출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다음달 7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관 행사에서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디지털 전략과 비전'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로 통신사, 빅테크 기업, 정부 관계자들 앞에서 첫 대외 활동 데뷔를 치를 예정이다.

한편, KT는 지난해 말부터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수 차례 좌절되며 지금까지 경영 공백을 겪고 있다. 연임에 도전하던 구현모 전 대표와 차기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전 사장이 연달아 하차하면서 대표 선임 절차가 무산됐고, 현재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능통한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내정한 것만 봐도 이후 KT가 어느 정도 구조조정에 나설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며 "KT의 순혈주의 문화를 손보는 동시에 주요 보직 자리에 LG그룹 출신 인사를 데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hwi@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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