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운명공동체' BC카드도 고민

입력 : 2023.09.15 15:26:55
제목 : [케이뱅크 IPO] '운명공동체' BC카드도 고민
FI와 7250억 규모 '풋옵션+동반매각청구권' 계약에 재무 부담↑ 회원사 이탈로 주요 수익원 감소…케이뱅크 추가 지원 여력 '글쎄'

[톱데일리] 케이뱅크가 상장을 연기하면서 대주주인 BC카드도 고민에 빠졌다. 케이뱅크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맺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동반매각청구권(드래드얼롱)이 실적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주력사업마저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BC카드는 지난 2020년 모회사인 KT를 대신해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초 KT 주도로 케이뱅크가 설립됐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가 발생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 면서 BC카드가 케이뱅크 지분을 넘겨 받았다. 당시 34%의 지분을 약 23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외형 성장을 위해 자본확충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21년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당시 BC카드는 지분율 34%에 맞춰 425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2003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마스터카드 지분을 전량 매각해 매각대금 5576억원 대부분을 케이뱅크에 쏟아부었다.

문제는 유상증자 당시 투자자 유치를 위해 두 가지 조항을 계약에 붙였다는 점이다. BC카드는 케이뱅크에 725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MBK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 베인캐피탈에 풋옵션, 드래그얼롱 등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권한들을 부여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IPO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들이 동반매각청구권을 행사한다면 BC카드는 이를 사들여야 한다. 또한 계약상 중대한 위반 사항이 발생하면 FI들은 풋옵션도 행사할 수 있다. BC카드의 올해 6월 말 기준 자본이 1조4505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자본의 절반에 가까운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BC카드가 대규모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증자에 나섰지만 현재 케이뱅크는 동반매각청구권이 걸려있는 7250억원에 대한 자본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FI들과 약속한 상장 기한은 2026년으로 아직 3년의 시간은 남아있지만, 케이뱅크의 기업가치 산정이 매우 중요하다. 2021년 유상증자 당시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주당 6500원, 약 2조4000억원 정도로, 케이뱅크는 상장할 때 이 이상의 기업가치를 받아야 한다. 한때 증권가에서 8조원까지도 거론되던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올해 3조~4조원대로 전망된다.

케이뱅크의 유일한 피어그룹(비교그룹)인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PBR은 2.11배로, 케이뱅크의 자본(1조8532억원)을 고려하면 3조9000억원 가량이다. 다만 카카오뱅크 대비 케이뱅크 자산과 자본 규모는 열위에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어떻게 산정될지 알 수 없다.

BC카드 노력에도 케이뱅크 자본적정성은 최근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케이뱅크의 6월 말 기준 BIS비율은 13.54%로 1년 전과 비교하면 2.23%포인트(p) 낮아졌다. 금융당국의 규제기준은 10.5%라 아직 3% 가량 여력이 남아있지만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 7250억원이 해결되기 전까지 추가 자본 확충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BC카드의 추가 지원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데다, 최근 BC카드 자체 실적도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케이뱅크 풋옵션 평가분 손실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반영돼 13억원 적자 를 기록해야 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BC카드 순이익은 3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7% 가량 감소했다.

BC카드는 다른 카드사들과 달리 매입업무를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은행이나 타 카드사들에게 결제망을 제공해 이용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지난해 연간 매입업무수 비중은 80.8%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독자 결제망을 구축했고,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우리카드가 1분기부터 회원사에서 이탈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단 기발급된 우리카드의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는 BC카드의 결제망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당분간 이익 기여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카드를 통한 이익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BC카드는 자체 카드 사업에도 나섰다. 본격적인 자체카드 사업에 나선 건 지난 2021년부터다. 다만 자체카드수수료손익은 2021년 33억원, 지난해에는 4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자체카드수수료수익이 206억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해 해당 사업이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용평가사에서도 BC카드의 케이뱅크 관련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케이뱅크에 대한 BC카드의 투자금액은 장부 상 8616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자기자본의 60%에 해당한다"며 "케이뱅크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소요가 나타날 수 있고, FI 관련 계약 사항 등으로 재무 부담이 확대된다면 등급 하향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톱데일리
윤신원 기자 yoon@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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