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차입 100조 시대] SK온 IPO불발이 가져온 나비효과

입력 : 2023.09.21 13:51:26
제목 : [SK 차입 100조 시대] SK온 IPO불발이 가져온 나비효과
총차입금 100조원대로 정점…SK온 IPO·프리IPO에서 낸 저조한 성과가 단초 반도체 업황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그룹 재무구조 '흔들'

[톱데일리] SK그룹이 차입금 100조원 시대를 열면서 레버리지 정점을 찍었다. 사업 대전환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배터리 부문의 더딘 자본 조달에 반도체 등 본업의 현금창출력 약화가 더해지면서 차입금이 큰 폭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그룹은 계열 합산 총차입금 119조원을 기록했다. 2018년 44조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5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차입금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으로는 그룹 합산 수치가 2018년 30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83조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 그룹 합산 총차입금, 18년 44조→23년 반기 119조…재무안정성 악화

계열별로는 '반도체, 정유화학' 부문의 증가가 컸다. 반도체(SK하이닉스) 부문은 2018년 6조1720억원에서 2022년 26조7400억원으로 총차입금이 20조5680억원 가량 증가했다. 정유화학(배터리 포함) 부문은 2018년 10조7520억원에서 2022년 31조3120억원으로 20조5600억원 늘었다.

SK그룹 계열사의 급격한 차입금 증가는 SK그룹의 사업 대전환에 따른 자본적지출(CAPEX) 확대와도 맞물린다. SK그룹의 연간 CAPEX 규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줄곧 20조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와 배터리 부문의 투자 급증으로 CAPEX 규모는 35조원으로 확대됐다.

차입금의 만기구조는 과거 대비 단기로 쏠렸다. 전체 차입금 가운데 단기성차입금(단기차입금, 유동성 장기부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25.2%에서 2022년 36.6%로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단기성차입금 금액은 2018년 11조3000억원에서 2022년 약 40조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급격히 증가한 재무부담을 제어할 만큼 현금창출력이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룹 합산 순이익은 2018년 23조원에서 2022년 8조5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8년과 지난해 모두 약 40조원을 기록했다.

◆ SK온 프리IPO 등 더딘 자본조달이 촉발…그룹 신용 흔들까


재무 부담이 높아진 데는 SK온의 자본조달 실패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1차적으로 SK온은 'IPO 적기'를 놓쳤다. 배터리 사업은 일정 기간 적자를 감내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선행해야 하는 사업이다. SK온은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와 해외 공장에 투입해야 하는 돈이 총 39조926억원(2011년~)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2020년 발발한 팬데믹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와도 같았다. 국내외 양적완화 정책에 발행시장 유동성이 넘쳐났다. 그리고 전기차용 2차전지는 가장 핫한 섹터였다. 소위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었어야 했다.

그런데 이때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과의 영업기밀침해 소송관련 자존심 싸움을 하느라 적기의 절반을 보냈다.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로 SK온을 제소했다. SK온은 합의 할 기회가 있었지만 거의 최종판결까지 갔다. 2021년 4월 2조원을 물어주기로 하면서 분쟁이 마무리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SK온은 상장 준비가 LG에너지솔루션보다 1년이 늦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0월30일 분사했고, SK온은 2021년 8월에 했다. 이는 양사 운명을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 유동성은 2021년 상반기가 정점이었다. 2021년 5월 상장한 SK IET는 수요예측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81조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하반기들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2022년 초는 '끝물'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막차를 타는데 성공했다. 불과 회사 주식 18%를 주주들에게 나눠준 것일 뿐인데 자본 약 13조원을 보충했다. 이를 기반으로 차입을 일으키면 넉넉히 투자금을 감당할 수 있었다. 이후로 SK온에겐 불리한 상황만 전개됐다. SK온은 분사 이후에도 IPO 계획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물적 분할 후 상장' 방식에 대해 모회사 LG화학 투자자들이 반발한 것이 원인이다. 당국이 투자자 보호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나서면 SK온은 소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SK온은 방향을 프리IPO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실패로 끝이 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온은 2021년 말부터 2022년 하반기까지 프리IPO에서 40조원의 기업가치를 제안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약 4조원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는 글로벌 악재가 있었던 때다. 국내외 긴축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영향으로 증시가 꺾이고 금리는 높아졌다. '조달'에 있어선 최악의 환경이 됐다.




SK온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태도가 보수적으로 바뀌었고, 결국 이들은 SK그룹이 제시한, 높은 투자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SK온은 당초 제시했던 금액의 절반 수준인 22조원의 기업가치를 책정받으면서 프리IPO를 마무리했다. 투자자는 국내 중심으로 꾸려졌으며,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은 기존 계획의 절반인 약 2조4400억원에 불과했다. 내어준 지분은 10.5%였다. 남은 자금은 모회사 지원, 장단기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 반도체 싸이클의 역습...SK하이닉스가 날린 2연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K그룹은 그룹의 주요 현금창출구인 반도체 부문의 업황 악화도 겪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직전까지만 해도 그룹 영업이익 약 60%를 책임졌었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반도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75%, 2021년 66%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줄어든 42.8%의 비중을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53% 감소한 12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상반기 7조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6조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5조5700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부족한 유 동성을 메우기 위해 차입금을 대폭 늘렸다. 2021년 말 19조원이던 총차입금은 2022년 25조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약 33조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SK그룹은 공격적 투자전략으로 승승장구 해온 그룹이다. 그룹 성장 변곡점엔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선제적 투자가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던 곳이다. 하지만 팬데믹과 전쟁, 고금리와 같은 거대 변수를 만나자 공격적 투자 전략은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SK온 자금조달 지연으로 인한 차입확대 나비효과에 SK하이닉스 적자가 겹치자 그룹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평가3실 실장은 "SK그룹 전체 매출액의 70%를 상회하는 '반도체 및 정유화학'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세를 유지했는데, 주요국 통화 긴축 전환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2022년 하반기부터 그룹 전체 영업실적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1분기에는 그룹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고, 2분기 역시 부진한 실적 양상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2022년 40조원의 합산 EBITDA 창출에도 대규모 투자, 운전자본 부담으로 2023년 3월 말 기준 순차입금이 87조원으로 확대됐다"며 "향후에도 구조적인 자본지출 부담이 내재된 반도체 부문을 비롯해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경쟁력 강화 및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로 높은 재무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

해당 기사는 톱데일리(www.topdaily.kr)에서 제공한 것이며 저작권은 제공 매체에 있습니다. 기사 내용 관련 문의는 해당 언론사에 하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 True&Live 증시뉴스 점유율1위, 인포스탁(www.infostock.co.kr)

기사 관련 종목

05.19 13:15
SK 139,200 2,100 +1.53%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5.19 13:35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