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마을 연평도에 첫 빵집 생겼다…"빵 굽는 냄새 향긋"
섬 주민들이 만든 법인이 운영…매일 구운 빵 매진 행렬
최은지
입력 : 2023.10.01 11:00:02
입력 : 2023.10.01 11:00:02

[연평화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꽃게 주산지인 서해 북단 연평도에선 그동안 따뜻한 빵을 먹을 수 없었다.
인구 2천명 남짓한 섬에 빵집이 없다 보니 슈퍼와 마트에서 기성품 빵을 사 먹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주민들과 해병 장병들은 배를 타고 2시간 거리에 떨어진 육지에 나가야 비로소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영접'할 수 있었다.
이런 연평도에 지난달 16일부터 향긋한 빵 내음이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섬 주민 5명이 참여한 농업회사 법인 ㈜연평화가 마을 제과점 '연평베이커리'를 열면서부터다.
연평베이커리는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섬에서 주민들 스스로 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면'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연평도에서 나고 자란 박성일(56·남) 연평베이커리 위원장이 처음 빵집 아이디어를 냈고 다른 주민들도 동참했다.
박 위원장은 건설업에서만 25년간 종사한 '빵 문외한'이지만 고향인 연평도에 애정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주민이 주체가 돼 일부 수익은 고향에 돌려주는 마을 기업 형태의 사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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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출발한 연평도 빵집 아이디어는 2020년 행정안전부의 섬 특성화 사업 공모에 선정되며 추진 동력을 얻었다.
옹진군은 지원받은 사업비 5억원으로 옛 서부리 경로당을 150㎡ 남짓한 2층짜리 빵집으로 리모델링했다.
박 위원장 등 연평화 소속 주민 5명도 분주히 움직였다.
이들은 지난 2년간 빵집 운영에 필요한 제과제빵이며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이 중 정양희(54·여)씨와 서수미(41·여)씨는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직접 땄다.
이들은 새벽 5시면 건물 2층 제빵실로 출근해 연평베이커리에서 파는 17개 종류의 빵을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연평베이커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꽃게 모양의 '꽃게 소금빵'도 자체적으로 개발해 2주에 한 번 60개씩 한정 생산한다.
1층에 테이블 8개를 갖추고 개점한 빵집에는 주민들은 물론 인근 해병대 장병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1천200원짜리 쿠키부터 5천400원짜리 소세지빵까지 모두 인기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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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지만 오후 2시쯤이면 빵이 거의 다 팔리곤 한다.
박 위원장은 "섬에서 직접 발효해서 구워내는 빵이다 보니까 수분이 있어 부드럽고 너무 맛있다는 평이 많다"며 "섬이어서 운송비가 붙기 때문에 단가가 좀 비싸긴 하지만 찾아오는 주민 대다수는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섬 주민들로 꾸려진 연평화는 단기적인 수익보다도 빵집이 연평도의 관광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빵집에서 나오는 수익금의 15∼20%는 마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비로 환원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빵집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시간과 주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빵집은 시작일 뿐 여기서 더 나아가 제가 나고 자란 연평도가 계속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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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ms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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