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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일가 지분 60% 담보 설정…친인척 주식, 조건부 매도로 '영끌중'

[톱데일리] 제약·바이오업계의 거인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2020년 8월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아내와 자식들이 5000억원대의 상속세 부담을 지게 됐다. 고 임성기 회장 아내인 송영숙 한미약품 현 회장과 자식인 임종윤·임주현·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주식 담보 대출로 급한 불부터 껐다.

송영숙 회장과 아들, 딸들이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은 주식은 당시 주식가치로 1조원에 달한다. 아내인 송영숙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인 한미사이언스 주식 698만9887주를 받았으며, 첫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둘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셋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각각 한미사이언스 주식 354만5066주를 동일하게 배정 받았다.

상속세는 고인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단순평균주가로 계산한다. 이를 적용하면 이들이 넘겨받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총 1762만5085주에 대한 가치는 약 1조원이다. 30억원 이상의 상속 재산은 50% 세율 구간에 해당하고, 최대주주 할증 제도까지 더해져 주식가치의 60%를 세금으로 낸다고 가정하면 상속세 총규모는 5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별적으로는 고인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이 약 2000억원, 3남매가 각각 1000억원대 정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이 택한 방법은 주식 담보 대출이다. 상속 이슈가 발생하자마자, 이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개인 소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일으켜 자금을 마련했다. 게다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리 인상, 주가 하락 등이 더해지면서 담보로 제공한 총 주식과 대출 규모를 계속해서 늘려나갔다.

친인척을 총동원하는 이른바 '영끌' 방식의 자금 조달도 이어졌다. 송영숙 회장은 자금을 빌리는데 친인척 소유 주식 63만주를 동원했다. 장남 임종윤 사장 역시 아내 홍지윤씨를 비롯한 친인척 소유 한미사이언스 주식 126만5000주를 동원해 자금을 빌렸다.

최 근에는 '5년 후 주식을 되사온다'는 환매조건부 주식 매도까지 감행했다. 2021년 12월 송영숙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주식 30만6000주를 환매조건부로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코리아유한회사에 매도해 117억원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장녀·차남도 환매조건부 주식매도 계약 체결 규모를 점차 늘려나갔다. 장녀 임주현 사장은 지난해와 올해 7차례에 걸쳐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조건부 매도해 461억원, 차남 임종훈 사장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에 걸쳐 주식을 조건부 매도해 378억원을 확보했다.

영끌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한 탓에 현재 오너 일가 소유 주식의 60%는 금융회사 등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심지어 장남 임종윤 사장은 올해 1월 기준 한미사이언스 보유 주식 679만9049주 중 91% 가량인 619만6121주를 친인척, 금융회사 등에 담보(세무서 물량 제외)로 제공했다.

송영숙 회장은 대출 목적으로 한미사이언스 소유 주식 799만6105주 가운데 65%인 524만6815주에 대해 금융회사 등과 담보 계약을 체결했다. 임주현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각각 소유 주식의 46%, 52%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를 통해 이들이 빌린 자금은 4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5000억원대 상속세 대부분을 담보 대출로 조달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식 담보 대출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너 일가가 상속 이슈 발생 후 증권사 등 금 융회사와 2년 계약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식 담보 대출의 상당 부분을 올해 상반기 안에 상환 또는 차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