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지난 3분기 중후장대주(철강·화학·자동차·조선주 등)를 추가 매입하고, 2차전지 관련주는 비중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7월 삼성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 비중을 각각 7.04%, 6.01%에서 8.05%, 6.38%로 늘렸다.
조선업계는 최근 오랜 불황을 마치고 실적 반등을 이뤘다. 3년치 수주분에 대한 건조 물량 확대와 선가 상승 덕분이다.
업계 수익성 지표로 활용되는 '신조선가지수'는 7월 말 기준 172.4로 연초 대비 6.5% 상승했다. 신조선가지수는 1998년 전 세계 선박 건조 가격을 100으로 놓고 선박 가격을 비교하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선박 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철강주와 정유주 비중도 늘렸다. 세아베스틸지주가 보유한 주식 36만3629주를 매수해 지분이 6.10%에서 7.11%로 늘었다.
세아베스틸지주는 국내 원전 가동 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습식 임시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7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 저장용기(CASK)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미국향 CASK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프랑스 기업과도 협력을 체결했다. 여기에 방산, 수소,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도모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에쓰오일(S-OIL) 지분율도 7.29%에서 8.32%로 1.03%포인트 확대됐다. 국제유가는 7월 이후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전까지 낙폭이 컸던 종목도 대거 사들였다. 대표적인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민연금 지분이 지난 9월 각각 6.35%, 6.02%에서 7.4%, 8.08%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에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실적 호조로 수익성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2년 안에 북미와 일본을 포함한 비중국 매출이 중국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중저가와 고가를 두루 보유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방한 외국인 증가 사이클에 알파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9월 말 CJ(지분율 7.7%→11.01%) 주식을 추가로 사들였다.
지난 8월 말까지 주가가 연초 대비 16.4% 하락했지만, CJ올리브영의 외국인 관광객 매출 증가가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반면 국민연금은 광풍을 뚫고 조정세에 접어든 2차전지 관련주 지분율은 축소했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8월 107만8975주를 매도해 지분율을 8.72%에서 7.72%로 줄였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지분율도 각각 8.88%, 7.48%에서 8.25%, 7.36%로 줄였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입 둔화에 전 세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이 연초부터 판매량 조절과 가격 인하로 대응하고 있어 2차전지 산업은 배터리 수요 둔화와 원가·판매가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차전지 시황 개선을 위해선 전기차 판매 반등, 리튬·니켈 가격 반등 혹은 신규 수주 발표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