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s Law] [기업법칼럼] 콘텐츠 모방과 변형, 합법의 경계는 어디일까

입력 : 2023.10.23 11:47:15
제목 : [Top's Law] [기업법칼럼] 콘텐츠 모방과 변형, 합법의 경계는 어디일까
저작권 침해나 성과모용 부정경쟁행위 해당될 수 있어 진행규칙이나 전개방식의 유사성도 따져봐야

[톱데일리] 법원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2심 소송에 돌입한 웹젠에 항소 이유를 제출하라고 했다. 항소심이 곧 개시될 것으로 보이는 징후다. 지난 8월 1심 법원은 웹젠이 R2M게임을 사용하게 하거나 선전, 광고, 복제, 배포, 전송, 번안하지 말고 엔씨에 10억원을 배상하라며 엔씨 손을 들어줬다. 웹젠은 강제집행정지명령을 신청하면서 즉각 항소했다.

이 사건의 결론에 대해 게임업계를 넘어 지적재산권(IP)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산업군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과모용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또다른 주요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원은 게임을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인 저작물로 인정하는 것에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성과모용 부정경쟁행위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성과모용 부정경쟁행위는 기존 지식재산권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했던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다. 이를 지나치게 확대하면 이른바 '공공영역'에 속하는 아이디어 등에 과도한 독점적 이익을 부여하는 결과가 돼 문화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법원은 일명 '팜히어로 사가' 판결에서 게임 규칙이나 전개방식에 대해 최초로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전향적인 판단을 내렸다. 소위 '아이디어와 표현 이분법' 이론에 따라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표현 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아이디어 자체는 독창성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물이 아니라는 것이 일관된 판례이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게임의 구성요소들이 일정한 제작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선택, 배열되고 조합되면서 다른 게임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때에도 성과모용 부정경쟁행위는 2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반면 엔씨와 웹젠 1심 판결에서는 성과모용 부정경행위가 인정됐다. 법원은 엔씨가 '리니지M'의 창작적 표현이라고 주장한 요소의 대부분은 저작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웹젠의 게임 R2M이 엔씨 게임의 구성요소의 선택·배열 및 조합을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며 부정경쟁행위로는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게임 내 주요 시스템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평가한 것이다.

콘텐츠의 경우, 특허권 등과 달리 등록되어 독점권이 인정되는 지식재산권과 다르다. 그 수명도 짧다. 그럼에도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서 독창성 있는 콘텐츠 개발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지나친 독점영역을 부여해서도 안 되지만 창작자나 개발자의 노력이나 기여를 평가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아직 엔씨와 웹젠 소송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근 법원에서 선행 콘텐츠의 기획의도에 따른 전개방식이나 규칙을 모방한 경우에 저작물성이나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드러나는 표현만 달리하면서 전개방식이나 규칙을 모방한 컨텐츠의 법적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컨텐츠 개발기업의 입장에서는 후발 경쟁기업과의 관계에서 방어전략으로 특징적이고 독창적 요소의 개발 이력, 상당한 투자나 노력의 지표가 되는 개발비용 그리고 고객 흡인력을 시사하 는 광고홍보활동을 충분히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톱데일리
고한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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