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함정에 빠진 한국과 일본…7조달러 신시장서 경제 반전 노린다

전경운 기자(jeon@mk.co.kr),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입력 : 2025.08.03 19:27:29
국민소득 ‘3만弗 함정’ 韓日
저성장에 관세장벽 파고까지
양국 협력은 필수 생존전략

공동 소비시장 구축하면
저출생 해결·생산성 제고 가능

경주APEC·日 엑스포 활용
CPTPP 등 韓日협력 최적기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일본 최대 잡화점 돈키호테 팝업 스토어를 찾은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K뷰티 대표주자 올리브영은 라쿠텐, 로프트, 앳코스메 등 일본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과 협업해 자체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브랜드들의 일본 매출액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00% 이상 성장했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1342억엔(약 1조2540억원)으로 전체 수입국 중 1위다.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올리브영은 일본 시장 직접 진출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본 최대 디스카운트 스토어로 유명한 돈키호테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에 25일간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매장 운영 기간 입장 예약이 매일 마감될 정도로 이용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편의점 체인인 GS25와 협업해 한국에 처음 상륙한 돈키호테는 이용객을 4만명 가까이 끌어모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업계 관계자는 “돈키호테가 한국 진출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반응이 워낙 좋아 가능성을 열어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GS25는 포화 상태인 국내 유통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일본 내 400여 개 돈키호테 매장에 GS25 전용 매대를 입점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GS25의 자체 브랜드 상품인 ‘오징어게임 랜덤 달고나’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K컬처와의 컬래버레이션이다.

광복 8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 올해 한일 양국이 협력관계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저성장, 저출생·고령화,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등 공통 과제를 떠안은 양국이 국경을 허문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다. 광복 80주년의 해에 두 국가를 둘러싼 환경은 미래 80년을 위한 동등하고 수평적인 경제 동반자로서의 협력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231달러, 일본은 3만2521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은 2014년 1인당 GDP가 처음으로 3만달러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까지 11년째 3만달러대에 갇혀 있다. 항상 한국을 앞섰던 일본은 2022년 처음으로 한국에 1인당 GDP 규모에서 역전당한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한국에 뒤처졌다.

3만달러 함정에 빠진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국가 전체의 경제 규모에는 차이가 있지만 국민 경제 수준이 비슷하고 소득 수준뿐 아니라 지리적 접근성, 문화적 유사성까지 더해 신시장으로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이 더 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과 일본의 GDP를 합해 6조~7조달러(약 8360조원) 경제권을 형성해 양국 기업의 무대를 확대하고 상호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가 제2의 내수 시장처럼 작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위기 완화는 물론이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대한상의 분석이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이 관세장벽을 세운 상황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나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올해 한국과 일본이 굵직한 국제 행사를 각각 개최하는 만큼 외교 무대를 활용해 양국 관계를 격상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는 10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고, 일본에서는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가 한창이다. 양국 정상이 ‘셔틀외교’를 통해 한일 FTA 또는 CPTPP 가입을 추진한다면 경제 동반자 관계를 가속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무너졌고 복원될 가능성이 낮다”며 “WTO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여러 주요 국가를 포괄하는 FTA는 CPTPP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박 교수는 “결국 CPTPP가 중요한 무역협정으로 자리 잡고 가입을 원하는 국가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입을 서둘러 일본에 버금가는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무역질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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