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산타랠리 쉽지않겠네…월가 엇갈린 배터리 가격 전망

김인오 기자(mery@mk.co.kr)

입력 : 2023.11.27 15:15:45 I 수정 : 2023.11.27 16:04:42
올해 배터리팩 시세 14% 하락 불구
블룸버그NEF “2027년 100달러 밑”
골드만삭스는 “2년내 100달러 붕괴”

버핏 ‘중국판 테슬라’ BYD 또 매도
10월 말에도 팔아 지분 8% 밑으로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워런 버핏 회장(왼쪽)과 찰리 멍거 부회장/출처=주총 스트리밍 영상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견줄만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배터리 가격 급락 배경은 원료 가격 하락에 따른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기술 혁신이 받쳐춰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이런 가운데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최근 전기차 전환에 힘쓰고 있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주식을 전량 매도하는 한편 ‘중국판 테슬라’ 비야디(BYD) 지분도 60% 넘게 줄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 팩 가격 추이/ 데이터=블룸버그NEF
블룸버그NEF 에너지 분석팀은 27일(이하 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팩 가격은 2027년이 되어서야 ‘1킬로와트시(kWh)당 100달러’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은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배터리팩 가격이 적어도 100달러까지는 내려가야 한다고 봐왔다.

자동차 제조업체 마다 배터리 팩을 생산하는 방식이나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100달러는 통상적인 참고 수치로 활용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셀-모듈-맥’ 공정을 통해 제작된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다.

블룸버그NEF 에 따르면 올해 배터리 팩 평균 가격은 139 달러일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작년(161달러)보다 14% 떨어진 수준이다. 지난 201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다만 분석팀은 “그간 배터리 팩 가격이 점점 낮아진 배경은 기술 발전 영향이 컸던 반면 올해 급락한 배경은 리튬 등 배터리 원재료 가격 하락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앞으로 원재료 수급과 업계 상황에 따라 배터리 팩 가격이 오르내리겠지만 전기차 가격을 유의미하게 낮추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배터리 팩 가격은 지난 2021년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다 가 원재료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반등했고, 올해 들어서는 다시 떨어졌다.

올해 배터리 팩 가격 하락세를 비춰봤을 때 내년 가격은 133달러로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오는 2027년이 되어서야 100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따랐다.

제시된 배터리 팩 평균 가격은 전기 승용차와, 상업용 전기차, 이륜·삼륜차, 리튬 이온 배터리 거래자 등을 300 여개 조사 대상을 통해 집계·추산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유럽·중국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배터리 공급망 현지화에 나섰지만 중국 정도가 가격 낮추기에 앞서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적이다.

분석팀은 “현재 배터리 팩 가격은 중국산(126달러)이 가장 저렴하며 미국과 유럽산은 각각 11%, 20% 더 높은 수준”이라면서 “특히 미국은 픽업트럭 선호도가 높은데 해당 차량은 대형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 효율화가 더 힘들다”고 언급했다.

이어 분석팀은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에 따라 배터리 팩과 배터리 셀이 1kWh 당 총 45달러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이런 세제 혜택이 배터리 팩 가격을 얼만큼 낮출 수 있을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미국·유럽은 중국 등 아시아에 비해 토지·에너지·장비에 들어가는 비용 뿐 아니라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배터리 팩 생산을 위한 초기 비용이 높다는 언급도 따랐다.

골드만삭스는 전기차에 대한 주요국 정부 보조금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팩 가격 낙폭이 더 두드러지면서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결과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2020년 2%이던 것이 오는 2025년에는 17%, 오는 2030년과 2040년에는 각각 35%와 63%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배터리 팩 시세 전망은 다소 엇갈리는 모양새다. 월가 대형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팩 가격이 2025년까지 99달러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킬 반다리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배터리 팩 가격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1% 떨어질 것”이라면서 낙폭의 절반은 리튬인산철(LFP)과 리튬니켈망간코발트산화물(NMC) 등 재료 가격 하락 영향일 것으로 추정했다.

골드만삭스 측은 현재 배터리 팩 평균 가격이 140 달러 선일 것으로 보면서 일부 자동차 업체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반다리 연구원은 “앞으로 2년 내에 배터리 팩 가격이 100달러로 떨어지면 업계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배터리 팩 가격 하락은 전기차 생산 비용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며 이에 따라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추가로 확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미국 IRA 는 배터리 자급을 위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면서 “결국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NMC 위주의 미국·한국 시장과 LFP 위주의 중국·유럽 시장으로 크게 나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RMI
앞서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에너지 전문기관인 로키마운틴연구소(RMI)는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한 결과 전기차가 유럽에서는 내년, 미국에서는 오는 2026년께 내연 기관 자동차와 가격이 동일해 질 수 있으며 그 결과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가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MI는 배터리 가격이 앞으로 10년 내에 60~90달러로 하락해 보고서 작성 시점 시세(151달러)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보고서는 배터리 팩을 별도로 분류하지 않고 배터리 전반 시세를 대상으로 작성됐다.

전기차 관련주
전기차 시장이 술렁이는 가운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15일 대형 투자자 매매 의무 공시(13F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7~9월) GM 주식을 전부 내다팔았다고 공시했다. 매도 금액은 총 8억5000만달러어치다.

월가에서는 GM이 올해 9월 전미자동차노조 파업에 따른 비용 뿐 아니라 전기차 전환에 투자하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에 주목한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연구원은 현지 매체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 인터뷰에서 “버크셔 측의 매도는 버핏 회장이 GM의 전기차 전환에 역풍이 불 것을 염두에 둔 결과 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GM은 작년부터 2025년까지 전기차·자율주행차 사업에 35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 전기차 시장이 수요 둔화 압받을 받자 지난 10월 미시간주 전기 트럭 생산 가동 시점을 1년 연기하는 등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27일(현지시간) 홍콩증시 오전 장에서 BYD 주가 흐름
한편 버크셔해서웨이는 중국 BYD 지분도 꾸준히 줄여왔다. 지난 10월말 회사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BYD 주식 82만 500주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버크셔의 BYD 주식 지분율은 8.05%에서 7.98%로 낮아졌다.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은 BYD를 향해 ‘기적 같은 기업’이라고 꾸준히 극찬해왔지만 버크셔는 지속적으로 해당 종목을 내다팔았다.

버크셔는 지난 2008년 9월 BYD 주식 2억2500만주 첫 매수를 시작으로 해당 종목을 14년 간 보유하다가 지난 2022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매도에 들어갔다.

지난 해 8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매도만 11차례 단행해 시장 눈길을 끌었으며 당시 시장에서는 버크셔 측이 미·중 갈등을 감안한 것 외에도 자동차 산업 기대감을 줄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따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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