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 최선의 선택일까

입력 : 2023.11.30 14:32:43
제목 : '티빙-웨이브' 합병, 최선의 선택일까
토종 합병법인 탄생 예고…수익 개선 의구심과 지분 정리 '골머리'

[톱데일리] 국산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플랫폼 양대산맥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오랜 라이벌 관계에서 한 몸을 선언한 것이다. 마냥 장밋빛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의 위세에 밀려 생존 전략이 위태로워지자 자구책으로 꺼낸 카드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SK스퀘어는 자사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하는 양해각서(MOU)를 이르면 다음 달 초에 체결한다. CJ ENM이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에 오르고 SK스퀘어가 2대주주에 오르는 구조다. 양사는 실사에 돌입한 후 내년 초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OTT 업계에서 그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에 대한 소문은 파다했지만 실무적 차원의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올해 7월 즈음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최대주주격인 SK스퀘어와 CJ주식회사 사이 콘텐츠 제휴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인수합병(M&A) 절차를 위한 물밑 작업이 최근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두 토종 OTT 기업의 합병에 속도가 붙은 배경에 올해 8월 쿠팡플레이(563만명)가 티빙(540만명)을 제치고 월간실사용자수(MAU) 기준 국내 2위에 올라선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넷플릭스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하던 티빙 입장에서 위기 의식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SK스퀘어도 웨이브의 부진으로 불투명해진 IPO(기업공개) 전략에서 차선책을 마련한 결과다. SK스퀘어는 2019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5년 이내 IPO를 약속했다. 내년 11월까지 상장이 불발되면 웨이브는 전환사채(CB) 2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사실 두 플랫폼의 합병에 대해선 범정부 차원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표했던 사안이다. 국내 OTT 생태계가 넷플릭스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한 토종 개별 OTT 플랫폼으로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넷플릭 스의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접근에서 합병론이 제기돼 왔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대해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웨이브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채널 프로그램 위주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티빙은 tvN과 JTBC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그간 시청자들이 원하는 예능이나 드라마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두 개의 OTT를 모두 구독해야 하는 불편감이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가 부진하며 투자 전략의 변화가 필요했던 SK스퀘어 쪽에서 CJ에 먼저 합병 의사를 제시했다"며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 의지가 컸던 이재현 회장이 티빙과 웨이브가 만나면 국내 5개 핵심 방송 채널의 유통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독주 속 침체에 빠진 국내 OTT 시장 관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기업 운영 측면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합병 후 기대 이익보다 손실이 클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현재 웨이브와 티빙 양사 모두 콘텐츠 제작과 수급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웨이브는 1217억원, 티빙은 1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18%, 56% 급등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등 제작 확대에 나선 결과다. 영업비용 중에서 콘텐츠 원가 등 관련 비용에만 웨이브는 2111억원, 티빙은 1169억원 수준의 금액이 빠져나갔다. 양사의 합산 결손금은 4400억원이 넘는다.



넷플릭스와의 전면전을 앞두고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에서 드라마 등 제작 비용 통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현재 수준의 요금제 가격에서 더 높게 책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티빙은 오는 12월부터 신규 가입자 대상으로 요금제별 평균 가격 2600원씩 인상했다. 추가 인상은 가격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

대주주의 결정에 따라 티빙의 자체 경영 전략상의 '엇박자'가 일어날 여지도 있다. 올해 7월 티빙의 새 지휘봉을 잡은 최주희 대표는 지난 16일 OTT 관련 포럼에서 수익성 만회를 위해 적극적인 광고 시스템 도입과 상품 노출 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콘텐츠 질에 더 집중해왔던 웨이브와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 과정에서 양사의 복잡한 주주 구성을 해결해야 한다. 양쪽 대주주 입장에선 지분 희석 비율을 최소화하길 원해 모든 주주가 만족할 만한 합병 비율 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신주 발행 형식으로 합병이 이뤄지면 흡수되는 기업의 주주는 지분이 희석된다.

현재 웨이브의 대주주는 SK스퀘어(39.27%), KBS(20.24%), MBC(20.24%), SBS(20.24%) 등이고 티빙 대주주는 CJ ENM(48.85%), KT스튜디오지니(13.54%), SLL 중앙(12.75%), 네이버 (10.66%) 등이다. 합병 비율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8개 기업 사이 '콘트롤 타워' 역할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티빙의 최대주주 CJ ENM이 통합법인의 지분율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도 난관으로 꼽힌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CJ ENM이 합병법인의 지분율을 40% 이상 유지하려면 다른 주주의 지분을 추가로 매수해야 한다.

웨이브 투자 자금에 대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급했던 SK스퀘어로선 지분 매각에 나설 의향이 있지만 최근 재무 여건이 악화된 CJ ENM에게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CJ ENM은 누적 영업손실 733억원의 적자 경영 속 현금도 지난해 말보다 5000억원 가량 줄어든 8598억원 수준에 그쳤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티빙과 KT시즌의 기업결합심사 당시 양사 합산 점유율(18.05%)이 1위 넷플릭스(38.22%)에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판단하고 합병을 승인했지만,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점유율은 약 32%이기에 규제기관의 심사 과정이 훨씬 까다로울 전망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아니면 다음 주 쯤에 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이 날 것"이라며 "사실 이 건은 계약이 임박한 상황에서 계속 미뤄져 왔다가 진행되는 것으로 합병안에 대해 CJ와 SK 측 모두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세부적인 절차에 대한 논의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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