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티빙+웨이브' 합병 의식했나

입력 : 2023.12.13 16:37:22
제목 : 넷플릭스, '티빙+웨이브' 합병 의식했나
8년간 팔았던 기본 요금제 판매중단…가입자, 구독료 부담 증가 우려

[톱데일리] 글로벌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 이래 지금까지 8년간 유지했던 기본 요금제 판매를 중단했다. 콘텐츠 제작 경쟁에 따른 비용 부담 해소 차원에서 내린 조치로 풀이되지만, 가입자 구독료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소비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전날인 12일 광고 요금제를 제외한 기본 요금제에 해당하는 베이직 멤버십(9500원) 판매를 중단했다. 사실상 가격 인상과 같은 조치로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가 앞으로 광고 없이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려면 매월 최소 5000원씩 더 내야 한다.

베이직 멤버십은 넷플릭스가 지난 2016년 한국에 첫 진출할 때부터 월 9500원에 판매해오던 구독 상품이다. 2년 전 넷플릭스가 스탠다드 요금제를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 프리미엄은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할 때에도 유일하게 가격이 동결됐던 멤버십이었다.

베이직 멤버십은 720p 화질에 동시 시청 최대 인원수가 1명인 사실상 1인 요금제다. 월 1만원 이하 가격으로 이용자들 사이 저렴하다고 평가 받아온 베이직 멤버십의 가입이 막히면서 앞으로 신규 회원의 요금제 선택권은 제한됐다. 광고 없이 콘텐츠를 시청하려면 상대적으로 비싼 스탠다드나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사실 OTT 업계에선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넷플릭스는 앞서 캐나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일본, 멕시코, 호주, 브라질 등에서 해당 요금제의 신규 가입을 중단한 적이 있다. 한국은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 흥행 이후 넷플릭스가 더욱 주목한 시장이기에 국내에도 요금제 개편을 서두를 것이란 추측이 일었다.

넷플릭스의 '깜짝' 요금제 개편으로 콘텐츠 제휴 관계에 있는 타 사에게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넷플리스와 제휴한 이동통신사 등 일부 상품도 덩달아 판매가 제한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KT가 제공하는 넷플릭스 일부 제휴 상품 중 KT OTT 구독 및 지니 TV를 통한 넷플릭스 이용에서도 베이직 요금제 가입이 금지됐다.

넷플릭스가 갑자기 베이직 요금제 판매를 중단한 것은 수익성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의 한국 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기준 매출 7732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매출은 2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71억원에서 오히려 16.6% 하락했다.

수 백억원씩 투입되는 대형 드라마 제작 등 콘텐츠 제작비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구독료 인상 대신 우회 노선을 선택한 셈이다. 요금제를 인상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인상은 소비자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데, 베이직 멤버십 요금은 지금까지 한 번도 올리지 않은 만큼 개편 명분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넷플릭스의 요금제 개편은 최근 OTT 경쟁사의 요금 인상 흐름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디즈니플러스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월 9900원에서 1만3900원으로 4000원 인상했다. 국내 OTT인 티빙도 이달부터 요금을 20%씩 인상해 프리미엄 요금 기준 월 1만39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렸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이 높은 광고 요금제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도 분석된다.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때 광고형 멤버십 회원당 평균 매출(ARM)이 베이직 멤버십의 ARM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월 5500원의 광고 요금제와 스탠다드 요금제 사이 최소 8000원 이상 가격차를 벌려 광고 요금제로 가입을 유인한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선 최근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넷플릭스가 서비스 경쟁에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CJ ENM과 SK스퀘어는 각각 운영하던 OTT 자회사 티빙, 웨이브를 합병하는 안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게 되면 국내 플랫폼 최초로 넷플릭스의 대항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OTT 플랫폼별 월간이용자수(MAU)는 티빙 510만명, 웨이브 423만명으로 각각 3위, 4위였지만 단순 합산 MAU는 933만명으로 넷플릭스(1137만명)와 200만명 정도로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실제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OTT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표한 사안이다. tvN, JTBC 등 콘텐츠 경쟁력을 보유한 티빙과 KBS, MBC, SBS 등 지상파 콘텐츠의 강점을 지닌 웨이브가 합치면 국내 방영 콘텐츠 대부분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 사이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기존에 베이직 요금제를 선택하신 회원분들은 아무런 영향 없이 해당 요금제로 넷플릭스를 구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 넷플릭스를 가입하거나 요금제를 변경하는 고객은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비롯해 각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제공되는 유연한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티빙, 디즈니플러스 등 OTT 업체들의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중 OTT 구독자들의 요금 부담이 커지면서 서비스를 해지하는 이용자들도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OTT 플랫폼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하면서 넷플릭스도 가격 인상에 대한 고심이 깊었을 것"이라며 "각 플랫폼마다 콘텐츠 제작에 따른 비용이 확대되고 있어 결국 소비자들이 플랫폼의 비용 부담을 떠안는 구조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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