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하던 PI첨단소재 효율성 키워 원금 2.6배 회수 전통적인 구조조정 방식대신 필요인력·시설에 적극 투자 10년간 연 수익률 29% 육박
국내 대표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2020년 SKC코오롱PI 지분 54.1%와 경영권을 6069억원에 사들여 사명을 PI첨단소재로 바꿨다. PI첨단소재는 투자를 검토할 당시 이미 전 세계 폴리이미드(PI) 필름 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해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이자 국내 대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었다. 하지만 대기업 간 조인트벤처(JV)여서 회사 운영에 비효율적인 부분이 존재했고 신속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글랜우드PE가 회사를 인수한 후 경영 효율화 작업만 제대로 한다면 회사가 추가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이에 글랜우드PE는 회사를 사들인 후 이사회·경영진을 중심으로 투명한 의사결정 체계를 도입하는 동시에 독자 책임경영이 가능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데 주력했다.또 18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해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용 PI 필름 외에 전기차 배터리 절연용 PI 필름과 바니시 등 첨단산업 제품 개발·생산을 강화하는 등 신시장 개척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 같은 노력은 곧바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글랜우드PE는 인수 3년여 만에 프랑스 화학기업 아케마에 PI첨단소재를 9732억원에 매각해 2.55배에 달하는 투자 원금 대비 수익(MOIC)을 올렸다. 국민연금·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한 국내 주요 연기금과·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에게 4000억원에 이르는 매각차익을 안겨준 셈이다. 연환산 내부수익률(IRR)로 따지면 26.4%에 육박했다.
올해 설립 10년째를 맞는 글랜우드PE는 투자와 고용에 인색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인 기업가치 창출 활동을 펼쳐 수익률 극대화를 노리는 한국형 PEF의 새 모델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글랜우드PE는 인수 기업에 대해 시설·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필요 인력을 적극 충원하는 등 역발상 대응으로 투자기업 몸값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투자전략도 차별화된다. 글랜우드PE가 집행한 투자 8건은 모두 인수·합병(M&A) 거래 상대방이 국내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인 카브아웃(Carve-out·분할 사업부 매각) 형태의 딜이다. 실제로 글랜우드PE 투자 포트폴리오는 PI첨단소재처럼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대기업 안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비주력 계열사와 사업 부문들로 다양한 밸류업 활동을 통해 '백조'로 탈바꿈시킨 사례가 많다.
글랜우드PE 2019년 말 프랑스 건자재 기업 생고뱅의 계열사였던 한국유리공업(현 LX글라스)을 3127억원에 인수한 후 에너지 절감·생산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400억원대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등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시킨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글랜우드PE는 지난해 LX인터내셔널에 이 회사를 5904억원에 매각하면서 IRR 30.1%, MOIC 2.2배를 기록했다. 이 기간 한국유리공업 매출은 10.1% 늘었고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6.3% 급증했다. 글랜우드PE의 첫 바이아웃 투자 건으로 2014년 (주)동양에서 회사를 인수해 SK네트웍스에 매각하며 IRR 33.9%를 기록한 동양매직(현 SK매직) 거래, 2018년 GS에너지에서 카브아웃해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한 서라벌도시가스(IRR 40.6%)와 해양에너지(IRR 30%) M&A 등도 같은 사례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글랜우드PE가 지난 10년간 기업 투자·회수로 거둔 IRR은 29%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운용자산규모(AUM)는 3조원에 달한다. 그동안 3조40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회수해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에게 돌려줘 국민의 노후자금 운용에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공동창업자인 이상호 대표와 정찬욱 부대표, 정종우 부대표 등 파트너 3인이 주축을 이룬 탄탄한 인적 구성도 이 같은 운용 성과를 뒷받침했다.
2018년 결성한 4500억원 규모 1호 블라인드 펀드에 대한 투자 회수를 거의 마쳤으며 2020년 결성한 8900억원 규모 2호 블라인드 펀드로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