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OCI·김동연·정창수, 각각 약 10%씩 지분 보유…경영권 분쟁에 취약

[톱데일리] 경영권 지분이 줄어들면서 우군이 필요했던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은 국내 에너지·화학회사 OCI를 경영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이로 인해 부광약품에는 김동연 회장 일가,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에 OCI까지 더해 한 지붕 세 가족 형태의 경영체제가 시작됐다.

2020년을 전후로,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 지분 일부를 2·3세가 승계하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너 일가가 세금 납부를 위해 주식을 매도하면서 오히려 지분율이 줄어 들었 다.

처음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 일가는 주식 담보 대출을 활용해 증여세를 마련했다. 2019년 기준 보유 지분 24.5% 가운데 약 7%의 지분을 금융회사에 대출 목적으로 담보 제공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보유 주식을 매도해 증여세 납부와 담보 대출 상환 자금 마련에 나섰다. 이로 인해 오너 일가 지분율은 6% 넘게 감소했다.

김동연 회장의 잔여 지분 승계가 과제로 남아있는 가운데, 김동연 회장의 자녀와 3세들은 돌연 경영권 지분을 매각키로 결정한다. 잔여 지분까지 승계 절차를 밟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결국 2·3세들은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부광약품 지분 약 11%를 1461억원에 국내 에너지·화학기업 OCI에 넘겼다. 이로 인해 김동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기존 21.6%에서 10%로 감소했다. OCI는 오너 일가와의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부광약품 지분 11%를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다만 양측은 일정 기간 공동 경영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뒀다. 김동연 회장의 아들인 김상훈 부광약품 사장 등 오너 2·3세는 지난해 2월 OCI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각 대상인 773만334주에 대해 지난해 주주총회일자까지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했다. 주식을 OCI에 넘겼지만, 이사회 구성 등 일시적으로 공동 경영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둔 셈이다.

기존 경영진과 OCI는 약정에 기반해 지난해 주총에서 부광약품 인물과 OCI 인물을 골고루 이사로 선임했다. 반면 창업주 일가인 김상훈 사장은 공동 경영 출범 직후 부광약품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경영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는 확고해, 현재까지 미등기 임원으로 남아 경영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올해부터 OCI와 김동연 회장 일가의 공동 경영은 이전과 달리 불확실해졌다.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계약이 지난해 주총을 기점으로 만료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광약품 주식 약 8.5%를 보유하고 있는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까지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정창수 부회장은 김동연 회장과 함께 부광약품의 공동 창업주인 고(故) 김성률 부광약품 명예회장의 동서다.

OCI와 기존 경영진(김동연 회장 일가), 정창수 부회장 등 주요 주주 사이에서 이견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경영권 장악을 위해 서로가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이다. 주요 주주들이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 투자가와 합세하면, 손쉽게 상대방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광약품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5.61%다. 주요 기관 투자가 중에는 국민연금공단이 있으며, 국민연금은 한때 부광약품 지분을 8%대까지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기준 국민연금의 부광약품 지분율은 4%에 달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체결했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은 주식매매계약 체결 과정에서 만들어진 일시적인 이슈"라며 "지난해 주총을 기반으로 두 경영 주체가 공평하게 이사회 구성원을 나눠 갖고 있어, 기존 창업주 일가와 OCI의 공동 경영은 앞으로도 문제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톱데일리
정혜인 기자 hyeinj@topdaily.co.kr